푸틴, 성탄절에 또 협상론 꺼냈지만…전투기 위협 발진도
젤렌스키 방미 후 2번째 협상론…당장 성사 가능성 희박
벨라루스 2개 기지서 전투기 출격…우크라 전역 공습경보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론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이후 같은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관계 당사국 모두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는 그들에게 달렸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에 대해선 "물론 우리는 이들을 100%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 시민의 이익을 지키고 있다"며 "시민을 보호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99.9%의 러시아 국민들이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제나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해 2조3천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을 약속받은 이후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2일에는 "우리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연일 협상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모든 점령지를 포기하고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이미 합병한 점령지에서 철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미국도 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문제이고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협상론을 꺼내는 이유가 실제 종전이 아니라 재정비를 위한 '시간벌기'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날 오전에도 우크라이나 북쪽의 벨라루스 내 2개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발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이후 전투기가 미사일 발사 없이 다시 착륙할 때까지 크리스마스 아침 2시간 동안 주민들이 긴장에 떨어야 했다.
크리스마스 전야인 24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추구하는 데 열려 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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