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지서 베이징에 의료 인력 지원…외부 발설말라 지침"
홍콩 SCMP "베이징 코로나 심각성·의료체계 취약 반영"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베이징에 중국 각지에서 의료 인력 지원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둥성은 최근 500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베이징에 파견했으며 장쑤성도 수십 명의 의료진을 보냈다.
산둥대 제2병원 관계자는 "산둥성 보건 당국의 요청에 따라 병원 내 의료 인력을 차출, 베이징으로 보냈으며 언제 복귀할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장쑤성 난징의 한 병원 의사도 "난징의 7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유전자증폭(PCR) 검사 요원 등 총 54명을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아 27명이 차출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의료진 상당수가 감염돼 지난 3주 동안 수술과 외래 환자 진료를 취소했다"며 "응급실 등 병원 진료의 70%를 산둥에서 온 의료진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후난성에서 중환자 치료 의사 등 178명을 베이징에 보낼 것을 지시하는 국무원 문건이 외부에 유출됐으며 이 문건에는 "외부로 이 사실을 공개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었다고 SCMP는 전했다.
현지 매체 경제관찰보 역시 전날 "오늘 후난성에서 파견한 162명의 중증 호흡기 질환자 치료 전문가 등 의료진이 베이징에 도착했다"며 "산둥, 장쑤, 푸젠 등지에서도 베이징 중증 환자를 치료할 인력을 파견했거나 모집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달 들어 베이징에서 응급환자와 중증 환자가 급증해 의료기관마다 극심한 진료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각지의 인력 지원이 베이징의 의료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얼마 뒤 돌연 삭제돼 볼 수 없는 상태다.
중국에서는 2020년 초 우한 사태 때 전국에서 의사와 간호사 4만2천명이 우한에 파견됐고, 지난 4월 도시가 봉쇄된 상하이와 지린성 창춘에 여러 지역의 의료 인력이 파견된 바 있다.
당시에는 해당 지역에서만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발생, 다른 지역에서 지원할 여력이 있었고, 파견 인력도 대부분 PCR 검사 요원이었다.
관영 언론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중국 전역이 합심 단결하고 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 지역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처지인데 의료 자원과 체계가 가장 잘 갖춰진 베이징이 보안 유지 속에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베이징 코로나19의 심각성과 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SCMP는 진단했다.
방역 완화 이후 이달 들어 베이징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고, 감염에 의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도 크게 늘어 병원 안치실과 화장장이 포화 상태다.
또 최근 중국 중증 의학의 대부로 불리는 천더창(90) 전 베이징 셰허의원 초대 주임을 비롯한 의료계 권위자들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우관잉(67) 칭화대 교수, 오페라 가수 추란란(40) 등 저명인사들이 잇따라 사망했다.
현지 매체는 이들이 기저질환으로 병사했거나 '심한 감기'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방역 당국은 지난달 19일 이후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16명뿐이고, 지난 20일 이후 사흘 연속 추가 사망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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