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젤렌스키 방미에 "우크라도, 미국도 평화 준비 안 돼" 비난
"러 상대 대리전 지속 선언…美 도발, 상상 못할 긴장고조 초래"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전격 방문해 정상회담과 의회 연설 등을 하자 러시아 측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할리우드 스타일로 이뤄진 우크라이나 정권 수뇌의 방미는 그간 러시아와의 대결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 미국 정부의 유화적 발언이 공허한 소리였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해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젤렌스키의 방미와 워싱턴 회담은 미국 정부도, 젤렌스키도 평화를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분쟁과 병사들의 죽음, 우크라이나 정권의 미국에 대한 추가적 종속 등을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박수갈채 속에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대러 대리전을 지속하겠다는 선언이 이뤄졌다"면서 "이를 위해 엄청난 자원과 무기, 정보자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장에서의 러시아에 대한 승리'라는 광기 어린 구상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러시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지원키로 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시스템을 운용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군인 가운데 누가 이 시스템을 운용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서방 무기들은 러시아군에 의해 체계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이 미사일(패트리엇)을 운용할 군인들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미사일이 러시아군의 표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우리는 미국의 도발적 행동이 반드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과를 낳는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해 왔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나 장거리 무인 공격기(드론) 등을 공급하려는 논의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응하지 않고 있다.
대사는 이밖에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교체 혁명) 전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면서 "최근 수년간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에 대한 키이우 정권의 비인도적 범죄를 모른 척 해왔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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