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속 지원"…젤렌스키 "자선 아닌 민주주의 위한 투자"(종합2보)
바이든 "푸틴, 전쟁 끝낼 의사 없어"…패트리엇 등 2조여원 추가 지원
젤렌스키, 기립박수 속 의회연설 "굴복 안해…여러분이 우리 승리 촉진"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300일을 맞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을 '깜짝' 방문해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극비리에 추진된 이번 방문은 지난 11일 두 정상의 통화에서 제안됐고, 방문 3일 전인 18일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 발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미국을 찾았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 약속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5천만 달러(약 2조3천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 가운데 단일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1년 중 가장 춥고 어두운 시기에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겨울을 무기로 만들고 있으며, 사람들을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걸음마다 함께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이 이어지는 한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전쟁 종식과 관련해선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이는 푸틴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리는 옳은 일을 할 때에야만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돕는 방법을 논의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느낄 때, 그는 전쟁에서 이긴 것과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도움과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며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한 미국의 지원에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방공 능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우리 영토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특정한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히며 "우리가 평화 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미국에 특정한 조치를 요청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의회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당부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찬성하면서도 무조건적 지원에는 비판적 입장을 밝혀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이미 제공한 금전적 지원을 비롯해 앞으로 제공할 지원에도 감사한다"며 "당신들의 돈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우리의 승리를 촉진할 수 있다"며 "이는 어떤 잠재적 침략자에게도 국경을 넘어서는 자는 누구도 승리할 수 없으며, 학살을 자행하고 의지에 반해 지배하려는 자는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파멸과 어둠에도 우크라이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살아 있으며 활기차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승의 의지를 확인했다.
상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 시 기립해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고 연설 도중에도 여러 차례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에서 철도를 이용해 폴란드로 이동한 뒤 신변안전보장을 위해 미군 군용기에 탑승해 미국으로 입국했다.
특히 그는 이동 과정에 러시아의 요격에 대비해 일부 구간에선 미군 조기경보기와 F-15E 전투기의 호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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