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전망] 긴축기조 이어져 금융시장 먹구름 짙어진다
기준금리 연 3.50% 안팎까지 오를 듯…미국 금리에 촉각
가계·기업 이자부담 커져…영끌·빚투족·한계기업 '위험'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박대한 기자 = 전 세계 통화당국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을 덮친 먹구름이 쉽사리 걷히지 않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26일 전 세계 긴축 효과가 내년에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식과 채권, 환율, 부동산 등 시장이 불안 장세를 이어가고 실물 경제 둔화로 기업 이익이 줄면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먼저 조정을 받은 주식보다 부동산 위축이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규제 완화로 부진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 한은, 금리인상 기조 유지할 듯…물가·미 금리가 변수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모두 아홉 차례 인상해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을 3.50% 정도로 보고 있는 만큼 새해 들어서도 한 차례 정도 베이비 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말해 대체적으로 3.5% 안팎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정책 금리 수준이다.
현재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p)로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역전 폭이 가장 크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상 내년 금리 중간값이 9월 당시의 연 4.60%에서 12월에는 5.10%로 오히려 0.5%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내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지면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의 최종금리 수준 또한 3.5%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우리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은 상태에선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미국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지속하자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지난 9월 28일에 종가기준 1,439.9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은 지난 10월 이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질 경우 외환시장에서 다시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여지도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월 금통위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면서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실물경제 위축에 주식·집값 약세…부동산 규제 완화 변수
다수의 전문가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인상 효과가 집중되는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 이익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은 9∼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이익 증가율이나 성장률이 내년에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우리 성장률을 연 1.2%로 전망하고 있으나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에선 금리 인상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되면 주식 등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위축이 지속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하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에 경기 침체 가능성과 신용 위험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코스피 저점으로 1,940을 제시했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한국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부터는 실물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유동성이 위축되면 코스피는 1,9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1,40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내후년 기업 이익 개선 전망을 미리 반영해 내년에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한 곳도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750으로, JP모건은 2,800으로 각각 제시했다. 대다수 국내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 저점을 2,000∼2,200으로, 고점을 2,450∼2,800으로 각각 잡았다.
또 올해 전 세계 긴축으로 주식이 먼저 조정을 받은 만큼 내년에는 부동산시장이 더 본격적인 약세장을 펼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 교수는 "주식은 올해 먼저 조정을 받아 내년에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며 "부동산은 하락국면 초기에 있어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득 등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 집값은 30% 과대평가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올해 코스피는 작년 고점 대비 30%가량 떨어진 만큼 내년에 2,000이 무너지는 수준에서 조정이 마무리되겠으나 부동산은 실거래 고점 대비 40∼50%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 규제가 풀리고 급매가 나오면 낙폭이 제한돼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 기준금리 추가 인상 땐 가계·기업 부실 위험 경고
문제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 무엇보다 가계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고 대출금리도 같은 폭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하락한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이후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모두 2.75%포인트(0.25%포인트×11) 인상한 만큼, 1년 3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36조3천억원(3조3천억원×11)으로 추산된다.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0.25∼0.50%포인트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간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상된 기준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되면 한미 기업들 모두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신용위기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이 줄어들면서 미국에서 기업 부도 위험성이 올해보다 최소 두 배로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실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건설과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digo@yna.co.kr,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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