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이후 바뀐 '中 코로나 사망 정의'…그 의도는?
코로나19 양성 사망자 모두 집계→이젠 호흡부전 유발 사망자만
위드 코로나 발표 직전 국무원 주최 회의서 관련 '정의' 바꾼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 이후 코로나19 사망과 관련된 '정의'를 변경한 것으로 보여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외신들이 21일 보도했다.
최근 몇 주 새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 급증으로 사망자 폭증이 예상되는데도 중국 당국은 사망자가 거의 없다고만 발표해 통계 조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의 코로나19 일일 통계에 따르면 중국 본토 전역에서 18일 2명, 19일 5명의 코로나19 관련 신규 사망자가 각각 보고됐으며 20일에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지난달 19일 약 6개월 만에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 위드 코로나 전환 후 1∼2주 사이에 사망자가 폭증했던 사례와 비교할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전날 슬그머니 코로나19 사망자 정의가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흘렸다.
중국 정부의 메신저 격인 왕구이창 베이징대 제1병원 감염병과 주임은 국무원 연합방역기구가 20일 주최한 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호흡부전이 유발한 사망만을 '코로나19 감염이 야기한 사망'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심·뇌혈관질환, 심경색 등 기저질환이 유발한 사망의 경우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국가가 코로나19 양성 반응 판정을 받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포함하는 것과 다르다. 심지어 홍콩조차 첫 양성 판정 후 28일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한다.
이에 대해 왕 주임의 이런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코로나19 사망자가 5천여 명에 이른다고 밝혀왔고, 여기에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사망한 사례가 모두 포함됐는데 이제야 갑자기 '정의'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6일 중국 국무원 주관으로 열린 합동 예방·통제체제 종합그룹 회의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정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7일 보도한 바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 폭증과 사망자 증가를 예상하고서 민심 이반 차단 등의 정치적 목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정의를 변경해 일일 통계 발표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가까이 인명 중시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체제가 미국보다 우월하다는 징표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당성을 주창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공식화될 경우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우루무치 화재 사건을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동시 다발성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중국 당국이 지난 7일 방역 완화 10개 조치 발표하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급증으로 중국 주요 도시에서 병원과 장례시설, 화장장 등이 업무가 마비될 수준이지만, 중국 당국은 관련 수치를 줄여 발표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생긴 혼돈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있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