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대학서 여학생 교육금지"…서방, 강력 비판(종합)
미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국제사회 합법적 일원 될 수 없어"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이 여자 중·고교를 폐쇄한 데 이어 대학에서도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고등교육부는 전날 아프간 내 공립·사립 대학에 보낸 서한을 통해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진행된 대학 입시에서 여성은 공학이나 경제학, 언론학 등은 전공으로 선택하지 못하게 막은 데 이어 아예 대학에서 여성 교육을 금지한 것이다. 현재 아프간 대학은 겨울 방학 중이며 내년 3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뒤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약속했으나, 점차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하면서 여성권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 여성에게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이 의무화됐고, 남자 가족 없이 여행하는 것도 금지됐다.
대부분 공립학교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를 막았고, 공원이나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 출입도 금지했다.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여성 취업을 제한하면서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날 발표에 서방에서는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육 없이 국가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이번 결정을 탈레반의 또 다른 '약속 위반'이자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비난했다.
미국도 '가장 강력한 용어'로 탈레반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탈레반은 아프간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합법적인 일원이 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라며 "이번 결정은 탈레반에게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어떤 나라도 인구의 절반을 억제하면서 번영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바바라 우드워드 영국 유엔 대사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또 다른 끔찍한 축소"라며 "탈레반이 아프간의 번영을 막는 또 다른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당 부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성 인권 분야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권에 대한 원조와 인정을 둘러싼 협상에서 여성 인권 침해를 걸림돌로 삼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9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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