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탄핵대통령 가족 멕시코 망명…페루 "멕시코 대사 추방"(종합)
카스티요 부인 등 멕시코대사관 체류…양국 관계 급속 악화
페루 의회, 2024년 4월 조기 총선 가결…2026년서 2년 앞당겨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정부가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박탈당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 가족에 대한 망명 신청을 받아들였다.
페루 정부는 이에 반발해 멕시코 대사를 추방키로 결정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20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정례 기자회견에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이 이미 리마에 있는 멕시코대사관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그들은) 멕시코 영토에 있는 만큼 이미 망명은 이뤄진 것"이라고 확언하며 멕시코 본토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을 안전하게 데려올 방안을 페루 정부 측과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스티요 가족들이 페루를 떠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 조처"라고 부연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으로는 아내와 두 아들, 처제 등이 있다고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다만 이들이 모두 멕시코대사관에 체류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중 영부인이었던 릴리아 파레데스와 처제 예니퍼 파레데스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뇌물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탄핵당한 직후 멕시코대사관으로 피신하던 중 반란 및 음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튿날 파블로 몬로이 주페루 멕시코 대사가 구금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방문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보내는 '망명 신청' 서한을 직접 받았다.
이 서한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작성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페루 대통령'으로 부르며, 구명 및 권좌 복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루 대통령과 그의 가족, 페루에서 괴롭힘과 박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을 위해 멕시코의 문은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2024년 6월까지 예비적 구금 명령을 받고 페루 수도 리마에 수감돼 있다.
페루 정부는 멕시코 측의 이번 조처에 대해 강한 항의의 뜻으로 몬로이 멕시코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
아나 헤르바시 페루 외교장관은 "(몬로이 대사는) 72시간 안에 우리나라를 떠나야 한다"며 그에 대한 추방 명령을 공식화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페루 의회는 '민주적으로 승리한 대통령을 제거할 수 없다'며 탄핵 결정을 성토한 멕시코 대통령에 대해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망명·추방' 사태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할 조짐이다.
한편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이날 리마를 찾은 미주인권위원회 대표단과의 접견 자리에서 "헌법 정신을 준수하는 가운데 시위대와의 대화를 통해 사회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을 했다고 현지 일간 안디나는 전했다.
앞서 조기 선거(대선 및 총선) 개헌안을 한 차례 부결시키며 시위대와 정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페루 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기존 2026년으로 예정된 선거를 2024년 4월로 2년 앞당기는 안을 가결했다.
이 안에는 또 대선 이후인 2024년 7월에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당선인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도 담겼다고 안디나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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