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경쟁 입점업체도 '동등 노출' 약속…EU 칼날에 '백기'
EU, 약속이행 조건으로 '반독점법 조사' 종결…매출 10% 과징금 면해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경쟁 입점업체도 자사 제품과 동등하게 노출하는 등의 약속 이행을 조건으로 유럽연합(EU)의 '과징금 폭탄'을 면하게 됐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부터 아마존을 상대로 벌인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종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집행위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아마존은 홈페이지상 '바이 박스'(Buy Box)에 상품을 노출할 때 모든 입점업체를 '동등하게' 취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구매 옵션을 제공하는 '제2의 바이 박스'도 신설하기로 했다.
바이 박스는 소비자가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특정 상품을 클릭 시 최상단에 제시되는 구매 옵션이다.
'중고품', '다른 셀러 상품' 등 다른 구매 옵션과 비교해 눈에 잘 띄므로 매출 대부분이 바이 박스를 통해 발생한다.
EU는 아마존이 자사 상품 위주로 바이 박스에 노출되게 하는 방식으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아마존은 경쟁 입점업체 활동으로 획득한 비공개 데이터를 자사 제품 판매 시 활용하지 않는 방안에도 합의했다고 EU는 설명했다.
이번에 합의된 이행 사안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게 되며, 최대 7년 동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아마존이 그간의 사업 관행을 대폭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EU가 반독점법 조사를 종결하기로 한 셈이다.
이번 합의로 아마존은 반독점법 위반 인정 시 부과되는 연 매출의 10%를 과징금도 피하게 됐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경쟁정책 담당 부위원장은 "오늘 결정은 아마존이 유럽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정하게 된다"며 "아마존은 더 이중적 지위를 남용할 수 없고 몇 가지 사업 관행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 소매업체는 물론 소비자들도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빅 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EU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EU는 대형 플랫폼의 자사 제품 우대·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작년 11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다음 타깃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집행위는 전날 메타가 자사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과 온라인 광고 서비스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연계한 것 등을 문제 삼으면서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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