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목사, 코로나 지원금 100억원 빼돌려 호화주택 사려다 덜미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의 한 목사가 840만 달러(약 109억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지원금을 착복해 디즈니월드 옆 호화주택을 사들이며 돈잔치를 벌이려다 덜미를 잡혔다고 NBC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목사 에번 에드워즈와 그의 아들 조시는 14일(현지시간) 금융 사기 등 6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4월 정부가 소상공인 등을 구제하기 위해 뿌리고 있던 코로나19 지원금에 손을 대기로 작정하고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당시 가족이 운영하는 종교 단체 '아슬란 국제 성직자'(ASLAN International Ministry)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 지원을 신청했다.
PPP는 2020년 도입된 경기 부양 패키지에 포함된 조치로, 직원 500명 이하 소규모 사업체에 대해 급여 지급용으로 2년간 최대 1천만 달러(약 130억원)의 무담보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시 에드워즈는 당시 단체 소속 근로자 486명에 대한 급여 270만 달러(약 35억 원)와 임대료, 공공요금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한 달 뒤 840만 달러(약 109억 원)의 대출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소장에 따르면 아슬란의 실제 직원 수는 조시 에드워즈의 주장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었다. 필요한 급여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가지 않아 이들이 허위 주장으로 해당 지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해 9월 경찰이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그들의 범행이 들통났다.
수사관들이 올랜도의 사무실을 수색했을 때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고 인근 주민들은 이건물에서 누군가 일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아슬란 국제 성직자 인터넷 홈페이지 내 기부 링크는 비활성화돼 있고 일부 글은 다른 종교 관련 사이트에서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수상한 점은 계속 발견됐다.
결국 이들은 이날 경찰에 체포됐고, 지원금 840만달러는 모두 회수됐다.
NBC는 노골적인 사기 행각에 비해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주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이 대출금을 받아 다수의 은행 계좌에 나눠 보관하고 있었다.
부자는 대출금으로 올랜도 외곽 디즈니랜드 근처에 있는 370만 달러(약 48억원)짜리 호화 주택을 구매할 계획을 세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의 일부는 주택 보증금으로 따로 떼어내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근 주민은 "이들이 체포돼 기쁘다"면서 "실제로 체포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최근 미국에선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때 막대한 지원금을 뿌리면서 자격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마구 집행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