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AI 접목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식량안보도 해결"
찬드라 MS 농식품 CTO 인터뷰…"대화형 AI가 농민에 맞춤형 조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디지털 농업'.
최첨단을 상징하는 디지털과 가장 전통적 산업인 농업을 합친 이 단어가 아직 친숙하진 않다. 하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농업 프로젝트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란비르 찬드라 마이크로소프트(MS) 농식품 CTO(최고기술경영자) 겸 산업 연구 담당 전무이사는 이런 디지털 농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AI 써밋 2022' 참석차 방한한 그는 15일 써밋 행사 연설 직후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미 농업인들이 긴 세월 체득한 농법을 정밀한 데이터로 뒷받침해줘 그들의 의사결정에 정확성과 효율성을 더 얹어주는 게 디지털 농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농업 연구를 선도해온 그는 2015년 MS에서 디지털 농업인 팜비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토양과 기후, 작물 특성 등 여러 농장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도록 설계됐다.
찬드라 CTO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주 동부지역에서 9천 에이커 이상의 밀농장을 운영하는 농업인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초제 사용량을 38% 줄이면서 수확량은 배로 늘린 것을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았다.
"기본적으로 전 세계는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식량을, 나아가 양질의 영양소를 가진 식량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지구에 해를 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접근법으로 데이터 기반 농업을 연구하는 겁니다. 데이터와 AI를 접목한 농업은 비용은 줄이면서도 더 많이 생산하게 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선진국에서 식품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개발도상국은 더 많이 굶주리게 될 텐데 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디지털 농업"이라고도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그린랩스 등 디지털 농업 시장이 주목받고 있기는 하다. 다만 기술적 환경이 갖춰진 것과 별개로 농촌의 고령화 추세 속에서도 디지털 농업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물었다.
이에 대해 찬드라 박사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농업 종사자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 그래서 기술은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면서 "농업 종사자들에게 조언해주는 분들이 여러 기술과 도구를 사용하게 도와주고 있고, 또 대화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기 조종이 아니라 자연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워낙 사계절 뚜렷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더 지역별 환경 변화가 두드러진다. 농업계에서 선호되는 작물 변화도 눈에 띈다.
찬드라 박사는 "지역별로 토양과 기후 등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조언'이 필요하다. 그래서 해당 농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 그리고 농업인들이 가진 지식을 AI 등을 활용해 데이터화해 서로 다른 모델을 적용해 현재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수확을 할 수 있고 어떤 비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분석해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로한 기후 조건 변화를 넘어 거시적 기후변화 예측까지 이른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S는 팜비츠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유하고 있다. 데이터와 AI 기반의 농업이 보편화하려면 소규모 농업인들까지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MS의 기본 생각이다.
찬드라 박사는 "각 국가에서 종자나 비료 외에 데이터 기반 농업 기술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한다면 더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제언했다.
한편 코리아 AI 써밋 2022는 국내 12개 대학 교수 150명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혁신허브 사업 일환으로 올해 처음 열렸으며 향후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