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매파' 파월에도 美시장 '내년 금리인하' 베팅하는 까닭은

입력 2022-12-15 11:43
수정 2022-12-15 11:45
'슈퍼 매파' 파월에도 美시장 '내년 금리인하' 베팅하는 까닭은

"경기침체 시 연준도 금리 인하 불가피해질 것"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물가 안정이 확실해지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자세를 다시 한번 뚜렷이 했다.

그런데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내년에 결국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아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시장의 기대대로 기준금리를 4.25∼4.50%로 0.5%포인트 올렸다.

또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점도표)를 통해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5.00∼5.25%(중간값 5.1%)로 제시,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제시한 수준보다 0.5%포인트 높였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해서 내려간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직 갈 길이 좀 더 남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채권 금리 움직임을 근거로 "채권 투자자들이 연준의 매파적 어조를 일축하고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시장이 연준의 매파적 입장을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2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0.05bp(1bp=0.01%포인트) 내린 4.2178%, 10년물 국채금리는 2.84bp 하락한 3.4792%로 각각 마감했다.

2년물 금리는 점도표 공개 후 뛰어올랐다가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으며, 다른 국채 금리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하락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그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오히려 시중 채권 금리는 소폭 내린 것이다. 이는 연준이 조만간 '슈퍼 매파'에서 좀 더 중립적인 입장으로 바뀔 것으로 채권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2년물·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도 -73.86bp로 역전 폭이 확대됐다.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은 통상 경기후퇴의 전조로 여겨진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은 그간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성장 둔화·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연준이 이날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0.5%)는 9월 발표(1.2%) 때보다 내려가고 내년 인플레이션(3.1%)·실업률(4.6%) 예상치는 0.3%포인트, 0.2%포인트 각각 올라갔다.

성장이 둔화하면 연준도 내년에 결국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힘을 얻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의 향후 행보가 파월 의장 등의 말보다 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연준의 경기 전망도 결과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헤지펀드 거물이자 억만장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연준의 연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해 "더는 믿을 수 없다"면서 이를 3%로 올리는 게 장기적인 성장에 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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