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EU 로비 스캔들' 일파만파…유럽의회도 압수수색
"유럽 신뢰성 문제" 경고… 제도 보완책 요구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유럽연합(EU)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벨기에 수사 당국이 유럽의회 사무실까지 수색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벨기에 연방 검찰청은 지난 9일 이후 유럽의회 사무실 1곳과 개인 주거 공간 19곳 등을 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집과 호텔 방 등 3곳에서 발견된 각각 60만유로(약 8억2천만원)와 15만유로, 수십만유로의 현금과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벨기에 검찰은 유럽의회를 상대로 한 걸프지역 국가의 영향력 행사 의혹와 관련해 범죄 단체 가담과 돈세탁, 부패 등 혐의로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소한 4명의 신원과 로비를 벌인 국가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문제의 국가는 카타르이고 그리스의 TV 앵커 출신인 에바 카일리(44) 유럽의회 부의장이 기소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카일리 부의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이주 노동자 인권 침해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카타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언행을 이어왔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근거가 없고 대단히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당국은 이날 카일리 부의장의 부동산과 계좌 등 자국내 자산 동결을 명령했다.
사건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자 유럽내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의 민주주의가 공격받은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위한 내부 조사 의지를 밝혔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윤리 기구의 창설을 주장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방송 BBC는 이번 뇌물 사건이 유럽의회 역사상 최대의 부패 스캔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유럽의회는 EU의 27개 회원국에서 투표로 선출된 70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입법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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