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페루 전 대통령 "내가 대통령…새 집권층은 권력찬탈자"
"역할 포기 안해" 지지자에 옥중 손편지…탄핵반대시위 거세질듯
경찰·시위대 충돌 지속돼…"주말 2명 이어 2명 추가로 사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치적 무능'을 이유로 의회에서 탄핵당한 뒤 구금된 페드로 카스티요(53) 페루 전 대통령이 연일 탄핵반대시위를 벌이는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내용의 편지를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직접 손으로 쓴 편지에서 자신이 여전히 페루의 대통령이라면서 신임 대통령이 권력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을 "16개월 전국민 여러분이 공화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한 바로 그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은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임을 부각시켰다.
이어 자신은 "굴욕당하고, 고립되고, 학대를 받다 '납치'됐지만, 여전히 주권자 국민 여러분의 믿음과 투쟁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면서 "게다가 우리 선조들의 영광스러운 영혼까지 깃들여져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썼다.
그는 '페루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과 헌법이 명령한 대통령의 역할에 무조건 충실할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저의 높고 신성한 기능을 놓지 않겠다고 거듭 말씀드린다"고 했다.
탄핵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디나 볼루아르테(60) 신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권력 찬탈자가 최근에 말한 것(조기 대선·총선)은 쿠데타 우파의 분비물 같은 말"이라며 "새로운 선거라는 추잡한 게임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권력 찬탈자'는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취임한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다.
앞서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2026년으로 예정된) 선거를 2024년 4월로 앞당기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이 여전히 페루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약속한 조기 선거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번 '옥중 메시지'는 전국적인 카스티요 지지자들의 시위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도 페루 아레키파에 있는 알프레도 로드리게스 바욘 국제공항에서는 400여명이 활주로 한복판에 타이어와 돌덩이를 가져다 놓거나, 타이어와 관제실에 불을 지르며, 의회 해산과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쳤다.
세사르 세르베라 페루 내무장관은 현지 TV 인터뷰에서 "아레키파 사태 파악 직후 군·경을 투입해 공항 통제권을 되찾았으나, 일부 항공기 이·착륙에는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시위대 해산 작전을 펼치던 경찰과 일부 시민이 충돌해 1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행정과 공공 서비스 실태를 감시하는 헌법 기관인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는 이 사실을 전하며 "아푸리막 지역에서도 지난 주말 2명에 이어 이날 또 다른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구리 생산지인 라스밤바스 광산 진·출입 도로를 비롯해 페루 해안 고속도로 주요 구간도 봉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시위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 대응에 나섰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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