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부, 반정부 시위대 두 번째 사형 집행
첫 사형 집행 일주일 만…사법부 "보안군 살해·이슬람 부정한 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란 사법부가 사형 선고를 받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두 번째 형을 집행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12일(현지시간)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 선고를 받은 마지드레자 라나바드의 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사법부는 라나바드가 지난달 17일 수도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740㎞ 떨어진 마슈하드에서 흉기를 휘둘러 보안군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면서 그가 '모하레베'(알라의 적·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첫 사형이 집행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집행된 두 번째 형이다.
사법부는 지난달 13일 반정부 시위대 관련자에게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한 데 이어 이달 8일 모센 셰카리에 대한 첫 형을 집행했다.
당시에도 사법부는 셰카리가 테헤란의 한 도로를 점거하고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Mizan) 통신은 라나바드가 체포 당시 외국으로 도주하려고 했다면서 그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라나바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곳은 마슈하드 혁명 재판소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 변호사를 직접 선임하지 못 하게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열람할 수 없게 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는 곳이다.
현재 이란에서는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 과정에서 지금까지 최소 488명이 숨졌고 구금된 시위 참가자는 1만8천200명에 달한다.
AP는 인권 활동가 측 추산을 인용, 지금까지 최소 12명이 비공개적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국제 앰네스티도 최근 이란 고위 경찰의 서명을 받은 문서를 입수했다면서 해당 문서에는 수감자에 대한 사형을 가능한 한 빨리 집행할 것과 보안군에 대한 위로 차원에서 형을 공개적으로 집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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