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 中, 동요 차단 여론전에도 주민 불안 여전…도심 한산

입력 2022-12-11 17:10
수정 2022-12-12 17:16
방역 완화 中, 동요 차단 여론전에도 주민 불안 여전…도심 한산

시민들 감염 공포에 '자발적 격리' 선택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한 뒤 의약품 사재기 등이 잇따르자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요 관영 매체는 연일 관변 전문가들을 동원해 '감염돼도 일주일이면 회복할 수 있다'라거나 '스스로 호전되기 때문에 의약품을 비축할 필요 없다'고 설명하지만,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바뀐 일상을 두려워하며 자발적 격리를 선택하고 있다.

보름 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증이나 무증상자 등을 집단 격리하는 임시 시설인 '팡창(方艙)의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매체들의 논조가 180도 바뀐 점도 당국 발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11일 '항원 검사에서 양성이면 어떡하나?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어떡하나?'라는 제목으로 전문가 문답 형식의 기사를 주요 기사로 배치했다.

통신은 "항원 검사에서 양성이라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면 자택에서 격리하면 된다"며 "적합한 약을 먹으면 되고 증상이 심할 때만 병원에 가면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열이 나더라도 병원에 꼭 갈 필요는 없다"며 "양약과 중의약을 함께 사용하면 열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를 소환했다.

중난산 원사는 지난 4월 장기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추구할 수 없다며 당국의 방침에 배치되는 글을 발표한 뒤 한동안 관영매체에서 사라졌다.

그는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되더라도 일주일이면 회복할 수 있다"며 "보통 1∼3일 제일 심하지만 4∼5일이면 PCR 검사에서 음성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고, 감염자의 다수가 스스로 호전되기 때문에 약을 비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난산 원사는 9일 열린 '중화의학회 호흡병리학 화상 연례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와 비교해서 전염성이 강할 뿐 후유증 발생은 현저하게 낮다. 무증상 감염자의 후유증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의 전방위 여론전에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기만 하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다가 하루아침에 '위드 코로나' 수준으로 방역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수도 베이징 거리는 방역 완화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증명서가 필요 없고, 식당 내 식사도 가능하지만 한산하기만 했다.

로이터 통신은 많은 사람이 감염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외출하지 않고 감염된 근로자들이 집에 격리되면서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벤트 회사에 일한다는 한 여성은 로이터에 "우리 회사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0명에 가깝다"며 "우리는 이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당분간 집에서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시민 왕모 씨도 연합뉴스에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는 분위기"라며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엄청 많은 사람이 감염됐지만,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PCR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선별검사소는 대부분을 문을 닫았고 대신 감기약과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약국마다 긴 줄이 생겼다.

베이징의 약국과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해열제나 진통제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최소 2∼3일을 기다려야 한다.

베이징 시민 진모 씨는 "온라인으로 어린이 해열제를 주문했지만, 사흘째 발송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만 나온다"며 "약국에서도 지금은 살 수 없다고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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