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우려…잘못하면 '유럽판 IRA'"

입력 2022-12-10 21:22
통상본부장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우려…잘못하면 '유럽판 IRA'"

EU 전문매체 인터뷰…'판도라 상자' 언급하며 보호주의 움직임 경계

美 IRA엔 "한-EU 대응 협력해야…해결책 의지 안보이면 대안 찾아야"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이하 CBAM)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국 등 교역 상대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게재된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와 인터뷰에서 CBAM 관련 "우리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CBAM 추진 방식을 두고 우리 산업계에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반적인 과정을 잘못 관리한다면 어느 순간 이 사안이 유럽판 IRA(미 인플레이션감축법)처럼 여겨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고 유락티브는 전했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플라스틱 등 제품 탄소 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수출업체는 품목별 탄소 함유량에 상응하는 양의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한국 등 EU 역외 국가에 일종의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EU는 최근 CBAM 외에도 아직 초안이 공개되지 않은 '핵심원자재법'을 비롯해 EU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EU 역외 수출국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본부장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EU의 행보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EU는 오랫동안 법치주의에 기반한 세계 무역체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 왔다"면서 "그러나 근본적으로 IRA와 유사한 종류의 성향을 내포한 다수의 (EU 집행위) 제안이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만약 EU가 그 허용치(limit)를 넘어선다면 그땐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데 대처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EU의 보호주의 통상 정책 행보를 경계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달 초 안 본부장이 한-EU 통상장관 회담 및 10차 한-EU FTA 무역위원회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본부장은 미국 IRA에 대해서는 '차별적 요소 최소화'를 위해 한-EU 대응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IRA가 단기간에 개정되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거나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와 노력할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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