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역완화에 北 '비상'…"코로나 유입 우려, 치료제 확보나서"
대북 무역상 "우선순위 식량에 앞서…화물열차 중단 가능성"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방역 완화에 따라 코로나19가 확산, 유입될 것을 우려한 북한이 치료제 확보에 나섰다고 중국의 대북 무역상들이 11일 전했다.
북한과 중국의 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중국이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한 지난 7일 이후 북한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용 약품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며 "해열제와 항생제 등 그동안 북한에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나눠주던 의약품 이외에도 코로나19 치료제도 원한다"고 말했다.
랴오닝성 선양의 한 무역상은 "쌀과 식용유 등 식료품이 북한의 주문 품목 1순위였으나 최근에는 해열제와 진통제 등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며 "고위층에 공급할 코로나19 치료제를 구해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에서도 외국산은 물론이고, 중국산 치료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뒷거래를 통해 소량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량 구매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2월 화이자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자체 개발한 먹는 치료제 아쯔푸 시판을 허용했다.
그러나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는 등 복용과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다시 멈출 수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의 방역 완화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져 북한으로 유입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유동 인구가 많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후로 중국 내 감염자가 급증하면 화물열차가 다시 멈출 수 있으니 그 전에 필요 물자를 서둘러 확보하라는 지시가 중국 내 북한 무역일꾼들에게 하달됐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운행하는 북중 화물열차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번진 2020년 8월께 중단됐다 지난 1월 재개됐으나 단둥의 봉쇄로 지난 4월 다시 멈춘 뒤 5개월 만인 9월에 정상화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방역대전의 승리'라며 '코로나19 박멸'을 북한이 올해 이룬 주요 성과로 꼽았으나 겨울철 재유행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7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호흡기 질병 발생과 전파를 예방하고, 환자들을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며 철저한 방역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수급한 백신을 접종했으나 전면적인 접종은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국제 보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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