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부의장 경찰에 체포…카타르 부패 수사 관련"(종합)

입력 2022-12-10 11:28
"유럽의회 부의장 경찰에 체포…카타르 부패 수사 관련"(종합)

최근 카타르 노동장관 만나고 "노동개혁 진전 존중" 옹호 언사

벨기에 당국 "거액 돈·선물 건넨듯"…伊 유력인사 4명 함께 체포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김동호 기자 = 그리스 정치인으로 유럽의회 부의장 중 한 명인 에바 카일리(45) 의원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고 AFP·AP 통신이 보도했다.

벨기에 검찰은 이날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의 부패 수사와 관련, 경찰이 다른 용의자 4명을 체포한 데 이어 카일리 부의장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앞서 브뤼셀에서 16곳을 급습, 압수수색해 현금 60만 유로(약 8억2천600만 원)를 발견한 바 있다.

소식통은 "먼저 체포된 4명은 모두 이탈리아 출신"이라며 "그중 1명은 카일리의 파트너로, 유럽의회 사회당그룹(S&D)의 보좌관"이라고 설명했다.

벨기에 현지 언론은 체포된 인사 중 이탈리아의 피에르-안토니오 판체리 전 유럽의회 의원, 루카 비센티니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당그룹은 즉각 카일리 부의장의 당원 자격을 정지했다.

카일리 부의장이 자국에서 소속된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도 트위터를 통해 그를 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수사 내용을 설명하면서 카타르를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걸프 국가'를 가리켜 "유럽의회의 경제적,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혐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 내 상당한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지위를 지닌 제3자에게 거액의 돈이나 선물을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TV 앵커 출신인 카일리는 2014년부터 유럽의회 부의장직을 수행해왔으며, 지난달 월드컵 개막 직전 알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을 만난 바 있다.

그는 최근 카타르 국영 QNA 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번 월드컵이 아랍의 정치적 변화와 개혁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럽의회는 카타르의 노동 개혁 진전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의회 연설에서도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이 카타르를 괴롭힌다"며 이들에게 부패 혐의가 있다고 비난하는 등 최근 월드컵을 계기로 각종 부패 논란이 불거진 카타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언행을 이어왔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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