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위기 때 강화한 규제 푼다…"브렉시트 후 경쟁력 강화"
헌트 재무장관, 금융규제 개혁안 발표…EU 규제 폐지도
경제성장 도모·금융중심지 지위 공고히…위기 교훈 잊었나 비판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이 브렉시트 후 금융 중심지 지위를 확고히 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세계 금융위기 때 강화한 금융 규제를 푸는 방안을 발표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금융위기 때 영국이 자체 도입한 소매-투자금융 분리 등 금융 건전성 규제를 풀고 금융상품 공시 등에 관한 유럽연합(EU) 규제를 폐지·재정비하는 내용의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영국 상황에 맞는 규제로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촉진해서 경제 성장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영국 정부는 30여년 만에 최대규모 개혁이라고 말했다.
개혁안 30가지 항목엔 자본 확충 요건 완화, 소매-투자금융 분리 규제 완화, 금융인 보너스 한도 삭제, 보험사·연기금 인프라 장기투자 허용, 임원 적격성·책임성 강화 규제 완화 등이 들어갔다.
헌트 장관은 "브렉시트로 황금 같은 기회가 생겼다"면서 EU 규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브렉시트 자유'를 토대로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경쟁력 있는 금융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은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지위가 브렉시트 전 우려와는 달리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화 약세로 인해 한때 유럽 최대 주식시장 자리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프랑스 파리에 뺏기기도 했다.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교훈을 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2007∼2009년에 은행에 구제금융 1천370억파운드(219조원)를 쏟아부었고 364억파운드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금융감독청(FCA) 등 감독기구의 목적에 영국 경제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넣는 것을 두고는 금융안정을 위한 감독기능 약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헌트 장관은 "그 이후 은행들이 매우 탄탄해졌다"고 반박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소매-투자금융 분리 규제 완화로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영국 소매금융을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승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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