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휘발유 가격 1년반 만에 1천500원대로 내려
'가격 역전' 경유는 연초 이후 27% 상승…최근 내림세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제유가 하락세에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이 1년 반 만에 L(리터)당 평균 1천500원대로 하락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천593.82원으로 집계됐다.
일일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L당 1천6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작년 6월 28일(1천598.52원)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내리면서 국내 판매가에도 하락분이 반영된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 급등한 유가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거의 작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3월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급등했다가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해 최근에는 70달러대로 떨어졌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과 높은 에너지 비용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도 한때 L당 2천원을 돌파해 지난 6월 30일 2천144.90원까지 치솟은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반면 올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경유 가격은 아직 연초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천827.14원이다. 1월 1일(1천442.42원) 이후 상승률은 26.7%에 이른다.
휘발유 가격이 연초(1천623.79원) 대비 하락한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유가 상승기에 더 빠르게 오른 경유 가격이 하락기에는 더디게 내린 탓이다.
국내에서는 화물차 등 산업용 장비에 많이 쓰이는 경유보다 승용차에 주로 사용되는 휘발유에 세금을 높게 매겨서 통상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쌌다.
그런데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이 일어난 후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과 전쟁이 촉발한 석유 제품 수급난 영향에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유럽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차량이 많은데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이동이 줄자 현지 정유업체들이 경유 생산을 줄였다.
이 와중에 전쟁 때문에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유 수급난은 더 심각해졌다.
그러면서 올해 5월 11일 경유 가격(1천947.59원)이 휘발유 가격(1천946.11원)을 앞질렀다. 이 같은 가격 역전은 2008년 6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가격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6월 13일부터 줄곧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월 하순부터는 두 유종 가격 차가 200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정부는 고유가 상황에서 화물차·버스·택시업계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고자 지난 5월부터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애초 지난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려 했으나, 경유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바람에 보조금 지급 기한을 이달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내리면서 경유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11월 셋째 주까지 6주 연속 상승한 국내 경유 판매 가격은 11월 넷째 주에 하락 전환해 3주 연속 내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 경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경유와 휘발유의 국제 가격 차도 좁혀지고 있어서 국내 판매 가격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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