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우디, 급속밀착 핵심은 석유 수급 협력"
CNN "최대 석유 수출·수입국, 이해 맞아떨어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간 정상외교의 핵심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과 최대 석유 수입국인 양국 간 '안정적인 석유 수급 협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최근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정책으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맞춰 양국이 경제 관계 심화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사우디 역시 중국의 중동지역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세계 최대 석유 공급국이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아이햄 카말 중동·북아프리카 연구팀장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움직임 속에서 양국이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협력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하고 있다며 "정상 논의에서 에너지 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870억 달러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중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액은 439억 달러로 전체 사우디 상품 수입액의 77%를 차지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중국 경제는 수입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과 양 측면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은 시 주석에게 핵심적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 위기는 중국과 사우디 모두 석유 수급 안정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서방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자 중국은 러시아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량 매입했고, 러시아는 지난 5∼7월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급부상했다.
국제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아흐메드 아부두 연구원은 "장기적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수입선 다변화는 핵심 요소"라며 "러시아가 더 값싼 공급원일 수도 있지만, 양국 관계가 50년간 유지될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전날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사우디는 석유 공급에서 중국의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안보분석연구소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사우디 입장에서도 중국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강력한 동기가 있다며 "사우디는 러시아와 이란이 원유를 대폭 할인하는 상황에 직면해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잃을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사우디가 원유 대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국이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 위안화 결제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 싱크탱크 ISPI의 나세르 알 타미미 선임연구원은 "가까운 장래에 사우디는 석유 판매 대금을 위안화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사우디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대가로 사우디가 미국 달러로만 원유를 판매하기로 한 오랜 합의를 깨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카말 팀장은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파탄 나지 않는 한 사우디가 그런 조치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원유 가격을 위안화로 정하는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제한적 규모로 양국 거래에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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