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신호탄?'…신한회장 사퇴로 금융권 수장 대거 교체 전망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
NH농협금융·우리금융도 회장 교체 전망 확산
새 정부 '낙하산·관치' 논란과 노조 반발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연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대대적 금융권 CEO 인사 과정에서 정권의 입김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 신한, 조 회장 후보 자진 사퇴 "사모펀드 사태 등 매듭지어야"
신한금융지주는 8일 오전 사외이사가 모두 참여한 확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내부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조 회장의 3연임(세번째 임기)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예상을 깨고 조 회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의 개인 면접을 마친 뒤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마음고생 한 직원들을 생각해서 내가 매듭짓고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용퇴하겠다"며 비밀 투표 대상 후보에서 아예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조 회장의 후보 사퇴와 진 행장 후보 선임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정부와의 교감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조 회장의 결단이 형식상 자진 사퇴지만 정부 눈치를 본 결과라는 것인데,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에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 경고)를 내리는 등 금융권을 압박하자 신한금융 전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런 추측에도 "전적으로 나의 단독 결정이고 순수한 의도"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농협 회장 교체 가능성 더 커져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1982년 신한은행을 설립한 주체인 재일동포 그룹(지분율 약 15% 추정) 등이 버티고 있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그나마 가장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곳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신한에서마저 예상하지 못한 회장 교체가 이뤄지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의 자리는 더 위태로워졌다.
특히 우리금융 손 회장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데다 최근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까지 터진 만큼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지난달 10일 손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한 만큼, 징계 취소 소송뿐 아니라 회장 3연임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음 주께 윤곽이 드러나는 차기 NH농협금융 회장 인사도 '연임' 보다는 '교체'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후보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 관료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 기업은행장에도 정은보 등 거론…금융노조 "낙하산·관치 반대"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자리에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기업은행[024110] 안팎에서 윤 행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각각 1989년과 1986년에 기업은행에 입사한 김성태 현 기업은행 전무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 내부 인사들이다.
정 전 원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감독기관장이 피감은행으로,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설명을 내고 정 전 원장의 '낙하산'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박성호 하나은행장 역시 지금까지 은행 실적 호조 등으로 임기 연장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신한금융 조 회장의 연임 무산 이후 연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금융권 CEO 자리가 정부와 연이 있는 인사들로 대거 채워질 경우, '낙하산', '관치'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성명에서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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