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독일인들의 새 애호 스포츠는…에너지 절약 경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검소함'을 국민성으로 여기는 독일인들이 에너지 절약을 경쟁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I는 '독일의 새로운 인기 스포츠: 에너지 절약 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인들은 최근 에너지를 절약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서로 독려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난을 타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독일 서부 빌레펠트 시의 한 자선단체는 에너지 절약 경연대회를 조직해 관심을 받았다. 6개월 간격으로 에너지 계량기 사진을 찍어 올려 에너지 소비량이 10% 이상 줄었다면 1천 유로(약 138만원)의 상금을 받을 기회를 주는 식이다.
이런 대회가 실내 난방 장치를 자발적으로 끄게 하는 등 스포츠 경기 같은 승리 욕구를 자극한다는 반응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잇따랐다.
베를린 동물원은 기린과 하마 등 일부 동물 사육장의 조명 밝기와 난방 온도를 낮췄으며, 이 도시의 동물 보호소 역시 개 우리의 난방 온도를 섭씨 18도 정도로 내렸다. 체온을 유지할 만한 털이 없는 개들에게는 겨울용 외투를 입혔다.
독일 남부 도시 볼프라츠하우젠 시의회는 시내 가로등을 LED로 전환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어둡게 하는 방식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빈프리트 크레취만(녹색당)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는 집마다 실내 온도조절 장치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지역 신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샤워를 그리 자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시민들은 에너지 절약을 실행하지 않는 관료나 기업들을 비판하기 위해 조명이 환하게 켜진 기념비와 난방이 과도한 상점들을 꼬집는 동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독일의 2만1천개 굴뚝을 관리하는 청소부들 역시 각 건물의 가스 누출과 난방 시스템 문제를 점검하는 역할을 의무적으로 이행하며 에너지 절약을 돕고 있다.
이 같은 독일의 에너지 절약 열기는 연중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소 주춤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 지역 정부는 전통적인 거리 야시장이나 아이스링크, 축제 조명 등을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시간대에만 제한적으로 조명을 켜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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