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집권당, 라마포사 대통령 탄핵 반대하기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시간) 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폴 마샤틸레 ANC 임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국회가 내일 진행된다면 ANC는 (탄핵 절차) 표결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에서 구성한 독립적 패널 조사위원회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 2020년 개인 농장에서 거액의 외화를 도난당하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 자체 보고서에서 심각한 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회는 다음날 대통령 탄핵 표결 절차를 시작할지를 논의하고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샤틸레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날 ANC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전국 집행위원회가 논의 끝에 패널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같은 날 보고서의 법적 하자를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라마포사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과 당대표직을 수행하되 경찰 등의대통령 의혹 조사는 마찬가지로 진행하기로 ANC가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ANC가 라마포사 대통령의 탄핵 불가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그가 실제로 탄핵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회에서 탄핵 절차를 개시하려면 과반 찬성이 필요하고 실제 탄핵을 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나 ANC는 전체 400석 가운데 230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인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6월 동북부 지역에 있는 개인 농장 팔라팔라에서 수백만 달러의 외화 뭉칫돈을 도난당하고도 이를 함구했다는 폭로에 직면했다. 폭로를 터뜨린 아서 프레이저 전 정보기관 수장은 문제의 외화가 라마포사 대통령의 '검은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대통령 경호팀이 도둑들을 몰래 체포하고도 뇌물을 줘 도난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실정법상 이 정도 액수를 신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한 것은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문제도 제기되면서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가고 대통령 재선 가도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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