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반도체 전쟁 속 맞은 '무역의 날'…반도체법 조속 통과를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가 5일 제59회 '무역의날'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정부는 2026년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수출지원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저도 무역인 여러분과 함께 수출 최일선에서 같이 뛰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6천800억달러(879조원)대의 사상 최대 연간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 수출액 순위가 지난해(7위)보다 높은 6위로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를 보여 11월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426억달러에 달해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11월의 경우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4.0%나 감소했는데 이는 우리 수출의 대표 품목인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이 30%가량 줄어든 점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의 석유'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이 우리 수출과 경제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연합뉴스가 글로벌 특파원망을 통해 국제사회 주요 경쟁국의 반도체 산업 현황을 파악해 이날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주요국의 공세 속에 메모리 세계 1위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 국면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미중 패권 경쟁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전 세계적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주요 경쟁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가 안보적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모두 2천800억 달러(약 366조 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지원법에 지난 8월 서명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담당장관들은 이달 초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9조원)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이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EU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자립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은 자본시장을 육성해 반도체 산업에 민간이 투자하게 하고, 전방의 전자산업과 연계해 자생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으로 지원 시스템을 진화했다. 중국은 비메모리 분야의 강점을 앞세워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반도체를 다시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일본의 경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10월 국회에서 "10년간 10조 엔(약 96조 원) 증가가 필요하다고 하는 반도체 분야에 관민의 투자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8개 기업은 11월 공동으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만은 2016년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화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한 유수의 반도체 대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은 연구개발 비용과 설비 투자액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대만판 반도체 법안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곧 입법원(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국제사회의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인 한국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반도체 산업의 종합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미국, 대만, 일본에 이어 중국에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조사에 비해 1년 만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대만의 TSMC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3분기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에 편중된 구조를 탈피해 비메모리 분야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향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반도체 산업의 큰 그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회에서 4개월째 표류 중인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서둘러 통과시켜 법적 지원의 틀을 갖추는 한편 대규모 재정 지원과 인재 양성의 삼각 축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와 여야는 국가 백년대계를 도모하는 마음으로 조속히 반도체법안을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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