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완화·시설격리 축소…위드코로나로 가는 中 '연착륙' 할까
제로코로나 탈피 신호 잇달아 감지…백신·중증자 치료 인프라 관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이후 중국 각지에서 잇달아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고강도 방역 정책의 출구전략 가동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형국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신호로 여겨질 수 있는 징후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흐름은 전수 PCR(유전자증폭) 검사 지상주의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1∼3일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그것이 없으면 각종 공공장소에 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긴 시간 줄을 서가며 검사를 받아야 했다. 최근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 과정에서도 전수 PCR 검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그런 터에 지난 10월 당 대회 이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삼엄한 방역 태세를 유지해온 수도 베이징과 인근 대도시 톈진은 대중교통 이용 시에 필요했던 48∼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 결과 제시 의무를 폐지하는 결정을 지난 2일 전후로 내렸다.
베이징은 5일부터 지하철과 버스에 대해 시행하고, 톈진은 2일부터 지하철에 대해 시행 중이다.
또 남부 광둥성 대도시 선전시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시내 교통수단 이용 승객의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선전시는 또 실외 공원 입장객에게도 같은 조처를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대표적 대도시에서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 전수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이 나왔다.
감염자에 대해 시설 격리 대신 자가 격리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밀접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 기간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베이징 등 지역별로 하달됐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 코로나19 기존 변이보다 덜 치명적인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어 방역 완화가 가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외신들이 2일 보도했다.
최근 방역 담당 쑨춘란 부총리의 2차례 좌담회 관련 보도문에 중국이 자랑해온 방역 정책 간판인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표현이 빠진 것과 쑨 부총리와 관영 매체 보도에서 잇달아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성이 낮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백신 접종률 제고도 장년 및 고령층 중심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중국 매체 차이신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달 말까지 조건에 부합하는 80세 이상의 접종 목표 인원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률을 90%까지, 60∼79세 목표 대상자의 부스터샷 접종률을 95%까지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관건은 지난 3년간 세계 주류의 흐름과 달리, 봉쇄와 차단 중심의 최고강도 방역을 해온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다.
우선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 비율을 14억 인구에 대입하면 체감되는 수치는 다른 나라와 차원이 다르기에 국민들이 받을 충격파가 클 수 있다.
완전한 위드 코로나로 갈 경우 중국에서 사망자가 많게는 200만 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치가 서방뿐 아니라 중국 전문가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저우자퉁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 질병통제센터장은 '상하이 예방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홍콩처럼 즉각 완화되는 경우, 중국 본토 확진자 수가 2억3천300만 명으로 늘고, 사망자도 200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중증환자 치료시설이 전면적 위드 코로나 상황을 감당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중교통 등의 PCR 검사 결과 제출 의무 해제 조치만 해도 직장, 학교 등 평소 왕래하는 공간들까지 해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시민들은 PCR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의 경우 올해 봄부터 운용해온 무료 PCR 검사소를 폐쇄하는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이전보다 검사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푸념도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르면 내달 말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후 위드 코로나로 사실상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지만 결국 얼마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연착륙할 준비를 신속히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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