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못믿겠는데…" 코로나 장기화로 '헬리콥터 상사' 극성
전화·메신저로 근태관리 압박…"상사vs직원 신뢰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메신저에서 잠시라도 '자리 비움'이 뜨면 30분 안에 이메일이 날아와요. 제 어깨 너머로 메니저가 지켜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영국 브리스틀에 사는 24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앨리슨은 재택 근무의 남다른 고충을 이같이 털어놨다고 BBC 방송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을 포함한 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이같이 '매의 눈'으로 직원을 감시하려는 상사 또한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시적 관리'(micromanagement)를 하려는 상사가 코로나 이전에도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메신저, 화상 채팅 같은 수단이 많아진 게 오히려 온라인 감시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7월 24개국 1천200명을 조사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논문에 따르면 원격 근무 직원 중 5분의 1은 상사에게 끊임없이 평가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답했다.
상사 또한 원격 근무에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매니저 중 38%는 직원이 집에서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답했으며, 40%는 원격 근태 관리를 믿기 어렵다고 답했다.
온라인 감시를 하게 되는 이유는 신뢰 부족에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리더십 전문가 에리얼 사단은 "미시적 관리는 주로 매니저와 팀 간 신뢰 부족에 뿌리를 둔 사안"이라며 "원격 환경에서는 불신이 증폭된다"고 말했다.
BBC 방송은 헬리콥터처럼 자식 주변을 빙빙 맴돌며 극성스럽게 조종하려 드는 '헬리콥터 맘'에 빗대 이같은 관리자를 '헬리콥터 상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2021년 9월 미 고용주 1천250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를 쓴다는 응답자 중 90%는 결국 직원을 해고했다고 답했다.
직원 입장에서도 압박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관리자가 원격 근무 직원을 격려하고 소통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자율성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근태 관리 업체인 워크잼 관계자는 "직원들이 과소평과되고, 간과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면서 "그들은 회사와 단절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근무가 늘어나는 만큼 관리자가 직원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헬리콥터 상사라고 해도 점차 직원과 신뢰를 쌓는 방법을 배우면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벨기에 블레릭 경영대의 한 교수는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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