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란한 해고'의 시대…최대 피해자는 '화이트칼라 정규직'
"불황 속 '철밥통' 지키는 경우 많았던 과거와 다른 양상"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대기업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는 미국에서 사무직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감원 칼날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3%, 약 1만 명을 감원하는 아마존은 판매·디바이스·인사 분야에서 인원 감축을 집중하고 있다. 직원 수가 수십 만 명에 이르는 물류센터 부문에는 감원 대상이 많지 않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스도 1만 1천명, 전체 직원의 13%를 줄이면서 채용·영업팀 규모를 집중적으로 줄이고 있다.
포드자동차, 월마트, H&M 등도 생산직·판매직이 아니라 풀타임 사무직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자료를 인용, 지난달 미국에서 전문사무서비스업(-7만7천 개), 금융업(-3만4천 개), 정보서비스업(-2만5천 개) 등에서 일자리 수가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사무직은 일손을 구하는 기업도 크게 줄었다. 채용정보사이트 집리크루터에 따르면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진 6월 이후 IT 분야 채용 공고는 36% 감소했다. 경영지원(32%), 연구·법률(31%) 분야 역시 일손 수요가 뚝 떨어졌다.
이 기간 여행업종 구인광고는 오히려 늘었고, 식품·소매업종 구인 광고는 감소 폭이 4∼5% 정도에 그친 데 비하면 격차가 크다.
통상 사무직 노동자들은 불황 우려 속에도 다른 업종에 비하면 '철밥통'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고 WSJ는 짚었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광업, 제조업, 건설업 등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먼저 대량 해고가 시작되고 뒤이어 저임금 업종이나, 여행·항공업 같은 경기 민감업종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불황이 임박하면 그제서야 화이트칼라 사무직 노동자들을 내보내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감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특수를 누렸던 빅테크 업종이 중심이 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전문 인력을 대거 선발하며 덩치 불리기에 나섰던 기업들이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자 불렸던 덩치를 다시 줄이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미국에서 모든 업종을 평균적으로 놓고 보면 미국의 감원 규모는 평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IT업계의 감원 규모는 2002년 이후 최대 라고 WSJ는 보도했다.
기업들의 이런 대규모 감원 행렬과 관련해 CNBC는 "'대퇴직', '조용한 사직'을 지나 '요란한 해고'의 시대가 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빅테크 업계 이사회에 소속된 한 인사는 WSJ에 "상당수 기업이 마음만 너무 앞섰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화이트칼라 노동자 해고 행렬을 '파타고니아 조끼 불황'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IT·금융 분야 사무직들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사의 플리스 집업 조끼를 즐겨 입는다는 데 착안한 말이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