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약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3명 중 1명꼴 인공유산 경험"

입력 2022-12-02 11:04
"여드름약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3명 중 1명꼴 인공유산 경험"

4년 새 처방 3배 늘고 온라인 유통 급증…"약물관리·환자교육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임신부가 복용하면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여드름 치료제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 처방이 여전히 남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 한정열 센터장(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17년 약 30만 건이었던 국내 이소트레티노인 처방 건수가 2021년에는 3배 이상 늘어난 97만 건에 달했다고 2일 밝혔다.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은 원래 1차 약물에 치료 효과가 없는 여드름에 처방하는 2차 약물이다. 대부분은 피부 깊숙한 곳에 생기는 결절성 여드름이나 낭포성 여드름이 대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경미한 여드름이나 단순 피지 조절을 위해서도 이 약물을 남용하고 있다는 게 한 센터장의 지적이다.

한 센터장은 국내에서 이처럼 이소트레티노인 처방 건수가 급증하면서 이 약에 노출된 임신부의 32.5%에서 인공유산(임신중절) 또는 자페아 출산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이소트레티노인은 주로 중추신경계, 안면부, 심장, 흉선에 기형을 유발하며 그 발생 빈도는 최고 38%로 보고된다"면서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로 볼 때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에 노출된 임신부가 1천800명이라면 약 500명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9년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전에 임신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하는 위험예방프로그램(RMP)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소트레티노인의 기형 유발 위험성에 대한 의료인들의 안내 및 환자의 인지 부족, 약물 사용 전후의 임신 여부 검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 센터장의 지적이다.



여기에 불법적인 인터넷 해외직구, 지인 거래, 비대면 처방, 중고거래 앱 등을 통한 약물 유통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센터는 분석했다.

한 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국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이소트레티노인 임신예방프로그램(iPLEDGE)을 마련해 처방 의사, 약사, 환자를 이 프로그램에 등록해 관리함으로써 임신부 노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과 철저한 환자 교육으로 임신부에게 이소트레티노인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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