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최측근, 흑인에게 "진짜 어디서 왔냐" 발언 후 사임
윌리엄 왕세자 대모 수전 허시…작고한 남편은 BBC 이사장 지내
왕실,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 후 인종차별 논란에 민감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9월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최측근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수십년 일해온 왕실에서 떠났다.
영국 왕실은 30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고 즉시 물러났다고 밝혔다.
왕실은 "이 사안을 극히 심각하게 보고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며 "전 직원이 다양성과 포용적인 방침을 다시 유념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와 카리브계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돕는 단체인 시스타 스페이스의 대표인 응고지 풀라니는 전날 버킹엄궁 행사에 다녀온 뒤 트위터에 '레이디 SH'라는 왕실 직원이 심문하듯 "진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풀라니는 자신이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고 단체가 런던에 있다고 했지만 이 직원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고 계속 되물었다고 전했다.
풀라니가 "모르겠다. 그들은 아무 기록도 안 남겼다"고 답하자 해당 직원은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풀라니가 말했다.
그는 "여성 직원이 다가와서 내 머리카락을 움직여서 이름표를 본 뒤 질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곁에서 대화를 목격한 인사도 풀라니가 받은 질문이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이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풀라니는 커밀라 왕비가 세계 여성 폭력 피해와 관련해서 주최한 행사에 초청받았다. 이날 참석자 약 300명 중에는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벨기에, 요르단 왕비도 있었다.
BBC 등은 문제 발언을 한 인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수십년간 매우 가까이서 보좌했고 윌리엄 왕세자의 대모 중 한 명이기도 한 수전 허시(83)라고 보도했다.
허시는 여왕의 신뢰를 받는 최고위급 보좌진으로 '넘버 원 헤드 걸(No.1 head girl)'로 불렸으며 찰스 3세 국왕 즉위 후에도 자리를 지킨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는 1960년부터 왕실에서 일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중에도 여왕 부부와 함께 지냈고 여왕 남편 필립공 장례식 때 여왕 옆에 서 있던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작고한 남편은 1986년부터 10년간 BBC 이사장을 지낸 마마듀크 허시다.
영국 왕실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후 인종차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터라 이 사안에 민감하다.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은 지난해 3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들 아치가 태어났을 때 왕실 사람들이 아들의 피부색이 어두울 것을 우려해 아들을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낸 성명에서 "매우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고 가족 내부에서 사적으로 처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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