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의회, '남성 간 성관계 처벌' 형법 조항 폐지
"결혼은 남녀 간에" 명시한 헌법 수정안도 가결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싱가포르 의회가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조항을 폐지했다.
동시에 동성 결혼을 차단하기 위해 헌법도 개정했다.
동성 간 성관계는 허용하되, 결혼은 이성 간에만 가능하도록 못 박았다.
30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의회는 전날, 영국 식민 통치 시기 도입된 형법의 377A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형법 377A 조항은 남성 간 성관계를 최대 2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이 식민 통치를 했던 1930년대 도입된 조항으로,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에도 유지됐다.
2007년 의회가 이 조항의 폐지 여부를 논의한 이후 싱가포르는 해당 법을 유지하되 집행은 하지 않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남성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은 이 조항이 차별적이라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8월 국경일 기념 국정 연설에서 "성인 간 개인적인 성행위는 어떤 법과 질서에 관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면서 해당 조항 폐지 방침을 밝혔다.
당시 리셴룽 총리는 "377A 조항을 폐지하지만, 결혼제도를 유지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적인 영역에서 동성 간 성관계는 처벌하지 않지만, 동성 간 결혼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후 정부는 동성 결혼에 관한 이의 제기가 있을 수 없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의회는 전날 377A 조항 폐지와 함께 결혼의 정의에 관한 개헌안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함으로써 동성 간 결혼 허용을 둘러싼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리셴룽 총리는 의회 통과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기쁘다. 싱가포르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남성 간 성관계를 비범죄화하면서 결혼의 정의를 보호한 것은 균형 있고 현명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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