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마라도나' 카리미 "히잡시위 지지 후 당국이 살해협박"
이란 축구영웅 "SNS에서 반정부 시위 지지글 올렸다고 협박당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란의 축구 영웅이 '히잡 의문사'에 대한 반정부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란 축구 영웅 알리 카리미(44)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이란계 미국인 코미디언 맥스 아미니와의 좌담 인터뷰에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이후 정부가 자신과 가족, 가까운 친구들을 협박했다고 밝혔다.
카리미는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아시아의 마라도나', '테헤란의 마법사' 등으로 불렸던 이란의 축구 영웅이다. 그는 2013년에 은퇴했지만 지금도 약 1천200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자랑한다.
9월 중순에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카리미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지지하며 반정부 시위의 선봉에 섰다.
카리미는 반정부 시위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자 정부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젊은 층이 카리미의 SNS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자신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 체포된 청년들을 심문하자 카리미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란 사법부 최고위원회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최근 카리미를 반정부 시위의 '주요 지도자' 중 하나로 지목하고, 지난달 초에 그에게 '적과의 조화', '폭력 조장'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카리미는 정부가 "알리를 사형(총살)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왔다"며 자신의 가족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또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반체제단체인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자신을 암살한 뒤 이란 정부에 책임을 전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구실을 대면서 이란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고 카리미는 밝혔다.
카리미는 약 4개월 전 정부의 위협을 피해 이란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머물고 있다.
CNN은 이란 당국에 이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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