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발발 후 미-러 갈등방지용 핫라인 한 차례 가동"

입력 2022-11-29 11:08
수정 2022-11-29 14:25
"우크라전 발발 후 미-러 갈등방지용 핫라인 한 차례 가동"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미국과 러시아 군 수뇌부 사이에 개설된 충돌 방지용 핫라인이 현재까지 단 한 번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중요 기간시설 근처에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충돌 방지용 통신선을 통해 전화를 걸었던 바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한 질의에 미 국방부는 "오판, 군사적 사건, 갈등 확대 등을 방지하기 위한 비상사태시 러시아 측과 중요한 안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통화한 것에 고무됐으며, 지속적인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군 유럽사령부(EUCOM)와 러시아군 총참모부 산하 국가국방관리센터를 연결하는 이 핫라인의 실제 사용 여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이유로 연락이 취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던 지난 1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을 당시에 핫라인이 가동된 것은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당시 처음에는 러시아가 폴란드를 직접 겨눈 것 아니냐는 추정과 함께 확전 가능성이 대두되며 국제사회가 긴장에 빠져들었으나,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낙탄으로 드러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군사대결 위험도 사그라들었던 바 있다.

로이터는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지속되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우크라이나가 최근 탈환한 헤르손 지역 인근의 카호우카 댐을 러시아가 폭파할 가능성 등이 미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나토 영공이나 영토에서 우발적 충돌을 피하고자 핫라인을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측은 매일 두차례 러시아에 전화를 걸어 핫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한 미국 관리는 분쟁 초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미국인들을 대피시킬 필요가 발생했을 경우 이 핫라인이 유용하게 쓰였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일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쫓아가다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거나, 러시아 미사일이 나토 영공을 지나는 등 경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해당 통신선 외에도 로이드 오스틴 및 세르게이 쇼이구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 연락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올 5월에 이어 다섯 달만인 지난달 개전 이후 두 번째 전화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또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도 전쟁 발발 후 두 차례에 걸쳐 회담했으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각각 러시아 측 상대를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이행을 위한 회의가 시작 하루 전에 러시아 측의 일정 변경 요청으로 갑자기 연기되는 등 이번 전쟁 이후 양국 관계는 냉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악화한 상태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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