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보 수장, 핵위기 논의위해 추가 회동 가능"
러 매체, 美대사관 인용 보도…미, 러측에 "우크라서 핵사용 말라"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정보기관 수장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측 언급이 나왔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루드 주러시아 미국대사 대리는 이날 리아 노보스티 통신 인터뷰에서 "양국 간에는 위기관리, 특히 핵위기 관리를 위한 채널이 있다"며 필요할 경우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간 채널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번스 국장과 나리시킨 국장은 앞서 지난 14일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서 만나 핵 안보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루어진 미러 간 최고위급 회동으로 주목받았다.
루드 대사 대리는 "바로 이 문제(핵위기 관리)가 번스 국장과 러시아 동료(나리시킨 국장) 간 회동의 목적이었다"면서 "이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방안에 대한 협상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번스와 나리시킨 국장 간 추가 면담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힌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러 정보기관 수장의 앙카라 회동은 튀르키예 국가정보기구(NIO)의 중재로 이뤄졌으며, 이 회동에서 번스 국장은 나리시킨 국장에게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전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데 대해 우려와 경고를 표명해 왔다.
번스 국장은 2005∼2008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정부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그동안 대러 협상 창구 역할을 해왔다.
나리시킨 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1명으로 주요 안보 문제와 관련한 대외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달 29일부터 내달 6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양자협의위원회(BCC)를 계기로 양국 정보수장 간 회의가 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쌍방 간 핵시설 사찰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1년 2월 발효한 10년 기한의 협정은 양국 합의로 2026년 2월까지로 연장됐으나, 추가 연장 협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답보상태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