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까지 금리인상 없다"던 호주 중앙은행 총재, 결국 사과
"부끄러운 실수…내 말 듣고 행동한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1년 전만 해도 "2024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가 자신의 발언이 경솔했다며 결국 사과했다.
28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로우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 전망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된 예측에 대해 "부끄러운 실수"라며 "내가 한 말을 듣고 행동에 옮긴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면 정말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로우 총재는 2024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며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전 세계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RBA가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시장 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우 총재는 "충분한 임금 상승 없이는 2024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3%대에 도달하기 어렵다. 2024년까지 현행 금리를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금융시장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의 발언 이후 반년만인 지난 5월 RBA는 기준금리를 0.1%에서 0.35%로 올렸으며,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인상하며 2.85%까지 인상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로우 총재의 말을 믿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으며 반대로 이자 부담액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격 비교 웹사이트 파인더에 따르면 금리 인상 전 50만 호주달러(약 4억5천만 원)를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현재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액은 대출 당시보다 월 815달러(약 73만 원) 늘었다.
RBA가 당분간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계획이어서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야당을 중심으로 로우 총재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로우 총재는 "2020년과 2021년은 심각한 상황이었고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라며 "실업률이 급등하는 등 끔찍한 전망을 고려했을 때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했고 금리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나는 이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른 방식으로 말했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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