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방정식이 시위 구호?…中 시위대 검열 피하기

입력 2022-11-28 11:44
수정 2022-11-28 15:26
낙서·방정식이 시위 구호?…中 시위대 검열 피하기

아무런 구호 없는 A4용지로 저항하는 '백지시위'도 확산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당국의 검열을 피할 목적으로 백지는 물론 낙서와 방정식까지 이용한 시위가 눈길을 끌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어디서건 공공장소에서 시위할 경우 공안 당국에 의해 즉각 체포되고, 온라인에서의 시위는 즉각 검열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구글에서 뉴욕타임스까지 서방의 인터넷 플랫폼과 언론 매체들은 사실상 볼 수 없도록 한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철저히 가동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온라인을 이용해 의견을 표출하고 시위를 하려면 토종 소셜미디어(SNS)라고 할 수 있는 위챗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챗은 중국 당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중국 누리꾼들은 늘 검열을 우회하면서도 처벌을 피할 방법 찾기에 고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신은 누리꾼과 중국 당국을 '쥐와 고양이'에 비유했다.

실제 지난달 14일 베이징대·칭화대·인민대 등이 몰려 있는 베이징 도심 쓰퉁차오(四通橋·Sitongqiao)에서 "독재자 시진핑은 물러나라" 등의 슬로건이 쓰인 플래카드 시위 사건이 나고, 누리꾼과 중국 당국 간에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당시 중국 당국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쓰퉁차오'는 물론 아예 '베이징'이라는 단어도 SNS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성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27일 밤 상하이·베이징·우한 등에서 동시다발 시위 현장에서 '백지 시위'의 형태로 표출됐다.

시민들은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 항의하면서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A4용지 등을 들었다.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 때도 등장한 바 있던 백지 시위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아무런 글도 쓰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은 채 백지만 들어 경찰이 처벌할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위챗 등에선 삭제될 가능성이 적은 공식 연설을 포함해 우루무치 화재 사고를 알리고 있다.

예컨대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인 시중쉰의 "사람들이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연설을 전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루무치 화재 사고의 진상을 알리는 걸 중국 당국이 왜 막느냐고 항의하는 의미로 보인다.

대학가에선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먼 방정식(Friedmann Equations)이 적힌 종잇조각을 든 모습도 관찰됐다. 민심 이반이 그와 같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경고로 해석됐다.

베이징대에선 쓰퉁차오 플래카드 시위 때 사용된 "우리는 봉쇄가 아닌 자유를 원한다"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아닌 음식을 원한다"는 현수막 내용이 낙서 형태로 나붙기도 했다.

위챗에 중국 당국을 불편하게 할 의견을 게시했다가 계정이 영구 삭제될 것을 우려해 전화번호 또는 QR코드를 다른 메시징 플랫폼에 게시해 친구와 지인이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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