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러가 김정은 핵도발 가능케 해"…안보리 무용론 제기
'북한의 보호자들' 비판 사설…"美, 유엔 대신 동맹들과 작업해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감싸는 중국과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유엔 무용론'을 제기하며 미국이 동맹들과의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WSJ은 이날 지면에 실린 '북한의 유엔 보호자들'이라는 제목의 논설위원실 명의 사설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공식 조치를 막았다며 "요즘 안보리가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6∼2017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9건의 제재 결의를 채택한 안보리가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저지로 말로 하는 질책조차 못 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북한의 ICBM 도발에도 추가 제재 결의안은커녕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 채택조차 찬성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안보리는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하며 무조건 북한을 비난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을 감쌌다는 점도 이날 사설에 언급됐다.
안보리 회의 며칠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말려줄 것을 압박했다며 "희망적"이라고 밝혔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것은 그대로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도 사설에 소개됐다.
신문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의 발언을 인용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의 핵도발을 가능케 한다"며 "이들의 보호가 김 위원장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방위 약속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려는 의도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자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 전에 국제사회의 결의를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WSJ은 "유엔은 세계 질서의 수호자로서 쓸모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으며, 오늘날 핵무기를 함부로 휘두르고 이웃들을 위협하는 불량정권을 규탄할 수조차 없는 상태"라며 "이제는 미국이 유엔에 대한 믿음을 거두고 자유와 의지를 가진 동맹들을 통한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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