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채용 줄이고 해외로 눈 돌린 스타트업
'블리츠스케일링' 전략 적신호 분석도…"채용 혹한기, 내년 말까지 갈 수도"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경기가 둔화하면서 스타트업도 채용을 축소하거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27일 인적자원 기술 기업 원티드랩[376980]에 따르면 지난달 등록된 신규 채용 공고는 5천91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신규 채용 공고(8천498건)와 비교하면 69% 수준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여러 스타트업들은 선제적으로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토익 학습 앱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뤼이드의 경우 9월 조직 개편 당시 일부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에서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332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점을 언급하며 "자금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 대화형 챗봇 '이루다' 제작사 스캐터랩도 최근 채용 절차를 마무리하던 상황에서 인력 충원 계획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캐터랩 관계자는 "구직자들에게 회사 내부 상황 변화로 혼란을 준 점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면서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고용 감축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여파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다.
채용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다 보니 국내 스타트업도 여기에 맞춰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여기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평균 연봉이 높아지면서 채용에 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속도감 있게 회사를 키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노리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전략에 적신호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사업의 건실함을 다지기보다는 채용 및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워서 '업계 1등 되기'에 매진해왔다"면서 "지난 10년간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것들이 도리어 칼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에티오피아 출신 개발자를 한국 스타트업에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케플러랩의 조용훈 대표는 "우버,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에서는 해외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많다"면서 "실력 있는 개발자를 저렴한 비용에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수요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채용 시장 혹한기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한 스타트업 임원은 "결국 문제는 거시경제"라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도 어렵고 채용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cd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