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인플레법 해법 신속 도출되길…우리가 원하는건 동등대우"(종합)

입력 2022-11-26 05:08
EU "美인플레법 해법 신속 도출되길…우리가 원하는건 동등대우"(종합)

EU 무역장관들, 내달초 EU-美 3차 협상 앞두고 '공개 압박'

美-EU 무역분쟁 비화 우려…"결국 승자는 중국 될 수도"



(브뤼셀·파리=연합뉴스) 정빛나 현혜란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북미산 전기차 등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동등 대우'를 강조하면서 해법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EU 외교장관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무역분야 회의 결과 보도자료에서 "27개 회원국은 (IRA를 둘러싼) EU의 우려에 대한 신뢰할 만한 해법을 찾기 위한 양측의 노력을 환영하며, 이 과정을 통해 결과가 신속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27개국 무역장관들은 내달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3차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를 앞두고 EU와 미국 간 교역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내년 1월부터 IRA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EU로선 이번 3차 회의에서 논의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공정성"이라며 "유럽에서 미국 기업들과 미국의 수출이 대우받는 것과 똑같이 미국에서 유럽 기업들과 유럽의 수출이 대우받기를 원하고, 그러리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돔브로프스키스 집행위원은 '협상 시한'을 묻는 취지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채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더 빨리 해법을 찾는 것도 당연히 고려 대상"이라고 답했다.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IRA와 관련한 우려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엘리제궁 고위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재산업화를 추진하려고 노력할 때 유럽의 탈산업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이 돌아가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 그러듯 유럽 기업에 면제를 제공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IRA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 3천750억 달러를 투입한 법이다.

EU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미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 방침이 세계무역기구(WTO) 통상 규범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EU에서는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 보조금 혜택을 북미산 제품으로 한정한 IRA로 인해 역내 관련 투자 유치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EU에서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로 역내 재생에너지 시설 확충 등 관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상황인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의 증대하는 영향력에 맞서 미국, EU 간 협력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국에 무역분쟁으로 비치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EU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22일 미국과 협상에서 성과가 없으면 유럽 산업을 보호할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럽은 유럽의 이익을 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며 EU 차원에서 '유럽산 우선 구매법'(Buy European Act)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EU 순환의장국인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장관은 EU와 미국 간 '보조금 경쟁'이 현실화할 경우 "아주 위험한 게임"이 될 것이라면서 경쟁의 승리자는 "유럽도, 미국도 아닌 다른 대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을 암시한 대목이다.

돔브로프스키스 집행위원도 "'보조금 경쟁'은 그 대가가 크고 비효율적이라는 장관들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