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추기경, 반정부 시위 관련 자선기금 미등록 유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조사 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천주교 홍콩교구장을 지낸 조지프 쩐(90) 추기경이 반정부 시위 관련 자선기금을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25일 공영방송 RTHK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홍콩 서구룡 법원은 쩐 추기경 등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의 신탁관리자 6명에 대해 해당 기금을 사회조례에 따른 단체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로 각각 4천 홍콩달러(약 68만 원)와 2천500홍콩달러(약 42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이 순수한 자선기금이 아니며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라고 지적하면서, 정해진 기간 안에 이를 경찰에 등록하지 않은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기금이 이름부터 2019년 6월 12일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2019년 6월 12일 입법회(의회)가 범죄인 송환법안을 심의할 때 수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입법회 주변으로 몰려들어 인근 도로를 모조리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한 시위는 6개월 넘게 이어지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당시 시위에 참여해 기소 위기에 처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억4천300만 홍콩달러(약 412억 원) 이상을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했다.
쩐 추기경은 유죄 판결 후 기자들에게 "나는 그저 인도적 지원을 강하게 지지하는 홍콩 시민일 뿐"이라며 "내가 종교인이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의 종교의 자유와 연관되지 않기를 바란다. 둘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돼 벌금을 부과받은 저명 변호사인 마거릿 응(72) 전 입법회 의원은 "사회조례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홍콩에서 결사의 자유는 극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추후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죄 판결은 경찰이 이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홍콩 경찰은 지난 5월 이들 6명을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이들이 "외국 조직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체포 당일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당국은 대신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을 사회조례에 따라 단체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고, 여권을 몰수했다.
당시 쩐 추기경 등의 체포에 대해 교황청은 우려를 표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인권단체 등은 즉각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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