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가 닻올린 쇼핑시즌, 고물가속 잠자던 소비심리 깨우기엔…
"9개국 중 美 제외한 유럽 8개국 소비자, 블프 쇼핑 계획 작년보다 ↓"
유럽 등에선 18% 감소 전망까지…미국도 물가상승률에는 미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과 유럽에서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블랙 프라이데이'(11월 4번째 목요일인 미국 추수감사절의 다음날인 금요일)가 25일(현지시간)로 다가왔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크리스마스를 거쳐 연말과 이듬해 초까지 이어지는 쇼핑 대목의 시작으로, 이 기간의 쇼핑 매출은 소비심리와 경기를 요약하는 척도가 된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의 소비 심리나 매출 전망은 미국이든 유럽이든 그다지 밝지 않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1주 앞둔 지난 18일 내놓은 미국·오스트리아·브라질·이탈리아·스위스 등 주요 9개국 소비자 상대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8개국에서 소비자들은 작년보다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에 쓰는 돈을 줄일 계획이다.
호주와 영국 소비자들은 각각 18%, 프랑스와 독일 소비자들은 각각 15%, 스페인 소비자들은 13%를 작년보다 적게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라별 인구를 감안해 계산하면 소비자들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에 쓰려는 돈은 평균 355 달러(46만9천 원)였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은 작년보다 6% 늘어난 455 달러(60만2천 원)를 쓰겠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9개국 중 유일하게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금액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액면상으로만 증가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액으로 따지면 미국 역시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월까지 1년간 미국 소비자물가는 7.7% 상승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회계법인 딜로이트나 미국 전국소매연합회(NRF) 역시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규모가 한자릿수 퍼센트만큼 늘어나되 물가상승률에는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시카 디슬러 BCG 매니징 디렉터 겸 파트너는 보고서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는 오프라인·온라인 소매상들에게 매우 중요한 때"라며, 소매상들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에서 아직 회복중인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비(非)필수적 물품의 소비 계획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글로벌 경제 전망, 특히 유럽 경제 전망이 악화했다며 유럽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성장에 부담이 오고 에너지 가격도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섰다고 정부가 지난주에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소매업체들 중 상당수가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때 재고 과잉을 겪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매업체들은 작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공급망과 배송 문제 등으로 재고 부족을 겪은 경험이 있어 올해는 미리 재고를 넉넉하게 확보해 두려고 노력했으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의 닐 손더스 매니징 디렉터는 "공급 부족은 어제의 문제였다"며 "오늘의 문제는 재고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AFP 통신에 설명했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의 타격이 크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선임 분석가 클레어 리는 "높은 물가상승률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확실히 저소득층"이라며 "필수품에는 돈을 안 쓸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 지원금을 줬고 상당수 가구가 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가계 저축에 여유가 어느 정도 있었으나, 지난해 중반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특히 연소득 3만5천 달러(4천640만 원) 미만인 소비자들의 평균 초과 저축은 2021년 4분기와 올해 중간지점을 비교했을 때 39% 가까이 감소해, 모든 소득 계층 중 저축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또 미국에서 신용카드 빚의 규모도 늘고 있으며 빈곤층에게 제공되는 푸드스탬프를 사용한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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