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구글' 얀덱스, 주요 신사업 해외 이전 추진

입력 2022-11-25 15:52
'러시아의 구글' 얀덱스, 주요 신사업 해외 이전 추진

"서방 제재 맞서 토종 기업 육성하려던 푸틴에 또다른 타격 될 듯"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현지의 대표적인 IT기업 '얀덱스'가 서방의 제재를 견디다 못해 핵심 신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러시아와 결별을 선언하려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얀덱스는 러시아에서 주로 활동하는 기업이지만 모회사인 '얀덱스 NV'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 있다. 회사는 러시아와 미국 뉴욕 증시에 각각 상장돼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얀덱스의 모회사 '얀덱스 NV'가 얀덱스의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자율주행과 머신 러닝, 클라우드 서비스 등 얀덱스의 핵심 신산업을 러시아 밖으로 이전하고, 이미 러시아에서 영업 중인 인터넷 검색 엔진과 음식 배달, 택시호출 서비스앱 등의 기존 사업은 러시아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얀덱스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IT기업이지만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단절되고 주요 경영진은 서방의 제재 대상이 돼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회사는 한때 고속성장을 했으나 이미 작년부터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작년 러시아 증시에서 회사 주가는 62% 하락했고, 뉴욕 나스닥 시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래정지되기 전까지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26조5천억원)나 증발했다.

1만8천명 넘던 얀덱스 직원 중 수천명이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떠났다.

하지만 얀덱스 모회사의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 내의 사업과 현지에 등록된 기술 특허 등을 국외로 이전하려면 크렘린궁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러시아 내 사업을 매각하려면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구조조정 계획에 기존 주주들이 동의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계획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속한 인물로 알려진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연방 회계감사원장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러시아 정부에 남은 몇 안 되는 자유주의 성향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금은 비공식적으로 얀덱스 업무에 관여하고 있지만 훗날 주요 경영진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드린이 이번 주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그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얀덱스의 이와 같은 행보는 푸틴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푸틴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로 서방의 신기술과 서비스 수입이 막히자 국내 자생 기업으로 대체재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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