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는 인도 '명문 야당', 3천500㎞ 대장정으로 세 규합 시도
네루 초대총리 증손 라훌 간디 주도…회의적 시각도 만만찮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수십 년간 인도 정계를 호령하다가 지난 몇 년 간 급격히 쇠락한 '명문 정당' 인도국민회의(INC)가 3천500㎞에 달하는 '국토 대장정'을 통해 지지세 규합을 시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와 BBC뉴스에 따르면 INC의 전 총재이자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는 지난 9월부터 인도 국토를 종단하는 도보 행진을 이끌고 있다.
인도 최남단 타밀나두주에서 시작한 이 행진은 내년 2월께 북부 국경 지역 잠무·카슈미르에서 막을 내린다.
2천㎞ 이상의 여정을 소화한 간디는 현재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를 지나고 있다.
간디는 지지자들과 함께 걸으며 여러 지역과 계층의 국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행진에는 정치인은 물론 발리우드 배우, 학자, 시민운동가 등도 가세했다.
이들은 행진 과정에서 "증오를 포기하라", "인도를 하나로 결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열, 불평등, 폭력 등의 종식을 요구했다.
간디는 BBC뉴스에 "이 행진을 통해 인도를 위한 대안의 비전을 씨 뿌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대형 이벤트를 기획한 것은 갈수록 축소되는 INC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독립 후 정당으로 변신, 지난 70여 년간 인도 정치를 주도했다. 네루-간디 가문의 강력한 지도 아래 무려 50여 년간 집권당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네루 전 총리의 딸인 인디라 간디 전 총리와 외손자 라지브 간디 전 총리가 각각 1984년, 1991년 암살당하고 라훌 간디가 2014년, 2019년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완패하면서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 하원 543석 가운데 여당 인도국민당(BJP)은 과반인 302석을 차지한 반면 '제1야당'인 INC의 의석수는 53석에 불과하다. INC는 28개 주 가운데 2개 주만 집권한 상태이며 최근 주요 지방선거에서도 잇따라 패배했다.
이에 INC 안팎에서는 네루-간디 가문의 '왕조 통치적 체제'를 탈피하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INC는 지난달 24년 만에 처음으로 네루-간디 가문 이외의 인물인 말리카르준 카르게 연방 상원 야당 대표를 당 대표로 선출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2024년에 총선이 실시될 예정이라 간디의 이번 이벤트는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 전열 재정비 시도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대장정이 INC의 위상 회복과 민심 얻기에 실질적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BBC뉴스는 최근 충격적인 지방선거 패배를 겪은 INC가 과연 이번 행진으로 더 나은 선거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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