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카녜이 사내비위 의혹 손절후에야 뒷북조사
"임직원 상대 상습 폭언·괴롭힘…회의중 포르노 틀기도"
'이지' 개발팀 직원 증언 담긴 투서에 공식 조사 착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독일에 본사를 둔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가 '이지'(Yeezy) 브랜드 제품 개발에 협업했던 힙합 스타 '예'(45·옛 이름 카녜이 웨스트)의 사내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디다스는 지난 22일 '이지에 대한 진실: 아디다스 경영진에 대한 행동 촉구'라는 제목의 투서가 들어온 것을 계기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미국 연예잡지 '롤링스톤'에 따르면 이 투서는 이지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간부 임직원들이 회사 집행이사회 임원들과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에 보낸 것이다.
롤링스톤이 접수 당일 입수해 단독 보도한 투서에는 예가 직장에서 여러 해에 걸쳐 비위행위를 저질렀으나 아디다스 경영진이 그의 행동을 눈감아줬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직원들이 예의 행동에 대해 고위 간부들과 인사부에 몇 년간 우려를 제기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예는 2017년 8월 중국 산시성 친위안 공장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품 견본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고함을 지르고 한 여성 간부에게 다가가서 "내가 ×××할(f***) 수 있는 신발을 만들란 말이야"라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는 아디다스 고위간부 여러 명이 참석했으나 아무도 예의 언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예에게서 노골적 성적 표현이 담긴 폭언을 들은 여성 간부는 휴직했다가 다른 사업부로 이동했다.
아디다스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임직원들은 예가 근무시간, 회의 도중, 채용면접 등에서 포르노와 알몸 영상과 사진을 봤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예가 임직원들이나 구직자들에게 보여 준 알몸 영상과 사진 중에는 옛 배우자인 킴 카다시안의 것과 예 본인의 섹스 테이프도 있었다는 게 임직원들의 설명이다.
또 예가 권한도 없이 임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하려 시도했으며,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임직원들을 비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여성 디자이너가 예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심기가 언짢아진 예가 "너는 테이블에 앉을 자격도 없다"며 몇 시간에 걸친 회의 내내 이 여성을 사무실 바닥에 앉혀 놓은 적도 있다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2013년 예와 협업을 시작해 이지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이지 브랜드의 고가 운동화와 의류로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연간 20억 달러(2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예가 올해 10월 반(反)유대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협업관계를 단절하고 이지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예는 2018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2021년에는 법원의 개명 허가를 받아 법률상 이름도 '카녜이 오마리 웨스트'에서 '예'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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