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스값 상한제 합의 또 실패…'275유로 커트라인' 두고 격론(종합)

입력 2022-11-25 02:34
EU 가스값 상한제 합의 또 실패…'275유로 커트라인' 두고 격론(종합)

"상한액 너무 높아 실효성 의문" 폴란드·벨기에 등 비판…다음달 재논의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27개국이 24일(현지시간) 천연가스 가격 안정을 위한 상한제를 둘러싸고 또 한 번 이견을 표출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에너지이사회 특별 회의에 참석한 EU 27개국 장관들은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EU 순환의장국인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논의가 꽤 가열됐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굉장히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가스 가격상한제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갈렸음을 시사했다.

가스 가격상한제는 수개월째 거듭된 논의에도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날은 특히 이틀 전 집행위가 제안한 가격상한제 구상안을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는 지난 22일 내년 1월부터 1년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가격 상한제 발동 기준을 1메가와트시(㎿h)당 275유로(약 38만원)로 설정하자고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천연가스 1㎿h당 가격이 275유로를 넘는 상황이 2주간 지속되는 동시에 천연가스 가격이 액화천연가스(LNG)보다 1㎿h 기준으로 58유로 비싼 상황이 10일간 이어지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상한제를 발동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 가스 선물가격이 110∼120유로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상한제 발동 요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잡은 것이다.

상한제 도입 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독일, 네덜란드 등 도입 반대 국가들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그러나 스페인, 폴란드, 벨기에, 루마니아, 그리스 등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온 회원국들은 275유로 커트라인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대했다.

실제로 가스 가격이 275유로를 넘긴 건 가격 급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이 유일했다. '하나 마나 한' 상한제가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회원국들이 그간 수없이 많은 논의를 거쳤고,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는데, (집행위 제안은) 우리로선 농담하는 건가 싶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비르질 포페스쿠 루마니아 에너지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275유로 커트라인이 "가격을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올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틴네 반데어 슈트라텐 벨기에 에너지 장관도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고, 콘스탄티노스 스크레카스 그리스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집행위 제안보다 낮은 150∼200유로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내달 13일께 다시 회동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시켈라 장관은 전했다. 가스 가격상한제가 집행위 구상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이 동의해야 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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