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단기자금시장 불안…한은도 필요한 역할 할 것"
"금통위원들, 최종금리 3.50% 전망…인하 논의는 시기상조"
'진달래꽃' 넥타이 화제…"이자 부담 고통 알지만 금리 인상 필요"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최근 단기자금시장 불안에 대해 "정부와 추가 정책이 필요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한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정부가 발표한 시장 안정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났다면서도 여전히 단기자금 시장, 부동산 관련 ABCP 쏠림현상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기자금시장은 통화전달 경로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통화정책과 보완적으로 한다는 원칙하에 정부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한은도) 같이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3.25%로 결정하고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제약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을 3.50%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밝힌 3.50%와 같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선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면서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월에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대외요인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최종금리를 고려했다면 이번에는 금융 안정 상황과 성장세 둔화, 물가 수준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며 "10월 전망과 금리 수준은 같지만, 국내 요인도 변할 가능성이 높아서 유연성을 더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총재가 이날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가 적힌 넥타이를 맨 것도 화제가 됐다.
이 총재는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에 대한 위로라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이라면서도 "해석이 더 좋아 받아들이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넥타이와 관계없이 금리가 많이 오르고 경기가 나빠져 국민,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심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물가가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금리 인상이 경제주체에 고통스러울 거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는데, 최근 PF 시장이나 회사채시장 (혼란), 차주 이자 부담 생각하면 말해왔던 고통이 수면위로 떠오른 듯 하다. 현 상황이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인가.
▲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시장금리가 오르고,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 금리를 올리면 영향은 시차를 두고 작용한다. 그 영향이 내년 상반기부터 서서히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와 정책 공조를 통해 거시경제 영향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책을 집행했다. 지난달 예상치 않게 부동산 ABCP 사건이 생기면서 부동산 관련된 금융시장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겼고,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이상 급격히 올라 당황스러웠다.
-- 연말 PF ABCP가 20조∼30조원 규모로 만기 도래할 예정인데, 기존 대책으로 디폴트 없이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하나.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을 포함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정부와 매주 만나 이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다행히도 10월 23일 시장 안정화 정책 이후 다른 시장은 많이 안정화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기자금시장, 부동산 관련 ABCP 쏠림현상은 아직 과도한 측면이 있다. 관련해 추가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할지 매번 논의하고 있다. 필요하면 정책을 추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경우 한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한은의 유동성 공급에는 항상 원칙이 있다. 금리 인상 기조와 상충하지 않게 타게팅해서 미시적으로 해야 하고, 한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장금리보다 높게 유동성을 제공하고 담보, 즉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해서 한은이 신용위험을 지지 않아야 한다. 한은이 이런 정책을 할 때 목적은 기본적으로 단기자금시장이 통화전달경로에 굉장히 중요한 경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단기자본시장의 쏠림을 해결함으로써 통화정책과 보완적으로 되게끔 한다는 원칙하에 필요하면 선제 대응을 정부가 한다면 같이 논의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 시장 지원에 대해 전향적 입장인 듯한데, 증권이나 캐피탈 등 어려운 곳이 나올 수 있다고 보나.
▲ 전체적으로 어렵지는 않은 것 같고 증권, 캐피탈(등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많은 돈을 벌었으니, 대부분 기관이 스스로 버틸 힘은 있다고 본다. 다만 일부 부동산 PF 노출액이 큰 부분은 금융감독원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런 쪽에서는 그동안 벌었던 돈을 이용해서 스스로 구제책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은의 유동성 지원은 전체적으로 시장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 이번 기준금리 3.25%가, 경기를 둔화시킬 제한적인 수준의 금리라고 보는지.
▲ 3.00%에서 3.25%로 기준금리가 오름에 따라 중립 금리 상단, 또는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제한적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가 됐다고 판단한다.
-- 최종금리 수준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금통위원 내부의견이 있었는지.
▲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이번에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 3.50% 정도로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는 위원이 3명, 3.25%에서 멈추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위원이 1명, 3.50%에서 3.75%로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위원이 2명이었다.
대다수 위원이 3.50% 제안했는데 지난 10월에 3.50%를 최종금리로 봤을 때보다는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변화가 있었다. 10월엔 최종금리를 고려할 때 외환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 대외요인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최종금리를 고려했다. 이번에는, 금융 안정 상황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성장세가 많이 둔화하는 것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물가 수준이 아직도 5%대를 유지하고 그 지속성이 상당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 속도 인하는 시사했지만 얼마나 더 오래 갈지에 따라 외환시장이 다시 변화할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양쪽 견해가 다 있었다. 금통위원들께서 전망은 3.50%를 중심으로 퍼져있었으나 이번에는 국내 요인도 변할 가능성이 있어서, 수준보다는 유연성을 더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토의내용이 바뀌었다.
-- 최종금리 도달 후에는 해당 금리 수준을 얼마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어떤 시기를 못 박아서 그렇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리가 최종금리에 도달하는 시기도 미국 금리 결정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다. 최종금리 도달 이후에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물가가 물가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신한 이후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은 언제 금리를 인하할지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 총재님 넥타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진달래꽃 시가 적혀 있는데, 대출자들을 위한 위로라는 해석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높아진 국민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나.
▲ 오늘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데, 그 해석이 제 생각보다 더 좋은 것 같아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겠다. (웃음) 사실 넥타이와 관계없이 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경기 나빠져서 국민,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심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은도 빨리 경제 상황 나아지고 경제주체 어려움 해소되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하고 싶다. 물가가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물가가 많이 오르고 경제 상황 어려운 것은 많은 부분이 대외요인이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7%로 낮아져서 걱정이지만, 내년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3%, 유럽은 -0.2%로 예상한다. 전 세계 다 어려울 때 우리만 혼자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거나 낮은 물가를 유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안이하게 보지는 않겠다. 한은도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금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해외요인이 많다는 걸 고려해 판단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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