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잡으려다 홍역 유행 초비상…영유아 백신 접종률 최저치(종합)

입력 2022-11-24 18:27
코로나 잡으려다 홍역 유행 초비상…영유아 백신 접종률 최저치(종합)

지난해 전세계 아동 4천만명 홍역 백신 미접종…2008년 이후 바닥

WHOㆍCDC 공동 보고서 "우리는 기로에 섰다…힘겨운 1∼2년 될 것"



(서울·뉴델리=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김영현 특파원 = 코로나19 기간 의료 체계가 흔들리면서 전 세계 아동 중 무려 4천만명이 홍역 백신을 못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력한 탓에 영유아 예방 접종이 필수적이지만 이같이 집단 면역에 구멍이 생기면서 미국 일부 지역과 인도 등에서는 이미 유행 조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시간) 공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놓친 어린이가 거의 4천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홍역으로 '절박한 위협'에 놓이게 됐다고 이들은 진단했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력한 탓에 인구 중 최소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유행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회 접종 어린이는 81%, 2회 접종 어린이는 7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이후 백신 접종률(1회 기준)이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WHO 관계자는 "우리는 기로에 섰다"면서 "앞으로 12∼24개월간 매우 힘겨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역은 영유아 예방 접종 중 하나로 2회에 걸쳐 백신을 맞도록 돼 있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존 의료 체계가 흔들린 데다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가짜 뉴스가 확산한 탓에 홍역 백신 접종이 저조해진 것으로 풀이됐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홍역에 면역력이 없는 아동이 기록적 수치를 찍은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방역 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홍역 감염자는 900만명, 사망자는 12만8천명이다.

사망자 중 95% 이상이 아프리카, 아시아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홍역에 특정 치료법은 없으며, 2회 백신 접종으로 중증 또는 사망을 97%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앞서 유엔 또한 지난 7월 2천500만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 탓에 디프테리아를 포함한 예방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홍역 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현재 2세 아래 미국 영유아 중 백신 접종률은 90.4% 정도로, 최저 방어선인 95%를 크게 밑돈다.

앞서 미국은 2000년 홍역 근절을 선언했으며, 해외에서 유입되는 국지적 유행으로 2018년 뉴욕 백신 미접종 지역에서 649명이 감염된 사례 등이 있었다.

7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 대유행 기간 홍역 백신 접종이 저조해지면서 어린이 중 13% 이상이 홍역에 취약한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백신 미접종 어린이 20여명이 감염돼 절반 정도가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은 "앞으로 닥칠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고 애틀랜타 에머리대의 한 공중 보건 교수는 진단했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인도에서도 최근 홍역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인도 PTI통신에 따르면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에서는 지난 22일 8개월 된 아기가 숨지는 등 올해 12명이 홍역으로 희생됐다. 이를 포함한 뭄바이의 올해 홍역 감염자 수는 233명으로 작년 전체 92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뭄바이 보건 당국은 약 2만명이 팬데믹 때문에 제때 홍역 백신을 맞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 보건부는 북부 비하르주, 서부 구자라트주 등에서도 홍역 환자가 나오고 있다며 관련 지역에 긴급 지원·조사 인력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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