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벌써 눈·영하권 추위…"외투·담요 뒤집어쓴채 잔다"

입력 2022-11-23 10:40
우크라에 벌써 눈·영하권 추위…"외투·담요 뒤집어쓴채 잔다"

올겨울 영하 20도 예보…"주민들, 겨울 못 버티고 목숨 잃을까 두려워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으로 전기·난방·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눈이 내리고 영하권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올겨울 인도주의 위기를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겨울철 혹한으로 악명 높은 우크라이나의 올해 가을 기온이 예년보다는 온화했으나 가을이 끝나 가면서 기온이 이미 영하로 떨어지는 등 추위가 시작됐다.

기상 전문 웹사이트 웨더닷컴에 따르면 키이우의 이날 밤 최저 기온은 영하 4도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눈도 내리기 시작했다.

BBC 방송은 전날 키이우의 빈 놀이터와 공원 벤치, 보도가 눈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사람들이 거리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이렇게 눈이 곳곳에서 내리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겨울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앞으로 기온이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올겨울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겨울 막바지였던 올해 2월 24일 개전 이후 첫 겨울이 찾아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전기와 물을 공급해야 할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됐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력시설 절반 이상이 파손됐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동부 전선인 도네츠크주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주민들이 가스와 전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겨울을 나면서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렉산드르 혼차렌코 크라마토르스크 시장은 "30년 전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스가 끊긴 상황에서 낡은 온열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 82세 알렉산드라 씨는 전기마저 끊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외투 입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로 자야 한다"며 "전쟁통(2차대전)에 태어나 전쟁통에 죽으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수도 키이우의 주요 민간 에너지 공급업체 야스노의 대표 세르게이 코발렌코는 내년 3월 말까지 정전 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악의 경우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따뜻한 옷과 담요를 비축하라. 긴 봉쇄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것들을 생각해 보라"고 권고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주민들에게 겨울을 나기 위해 물자를 비축하도록 하고, 최근 탈환한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등 피해가 심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예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겨울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며 "병원과 의료시설 수백 개가 더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물론, 연료와 물, 전기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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