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통일교 조사 착수…신자 간 입양 실태도 파악(종합)
종교법인법 '질문권' 첫 행사…위법 사항 나오면 해산명령 청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집권 자민당과 유착 의혹을 받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조사에 착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상은 22일 "가정연합 측에 조직 운영과 재산, 수입과 지출 등을 내달 9일까지 보고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를 오늘 우편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구체적인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조사를 담당하는 일본 문화청은 가정연합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 자금의 흐름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후 가정연합이 법령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방침이다.
가정연합이 기한 내에 답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법인 대표 임원에게 10만 엔(약 96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교단의 동의를 얻으면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며 "가정연합이 조사에 협력해서 충실한 조사가 이뤄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일본 정부가 종교법인법에 근거한 '질문권'을 활용해 종교 단체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문권은 해산명령 청구 요건에 해당하는 법령 위반 등의 혐의가 있는 종교법인을 대상으로 사업 운영 등에 대해 보고를 요구하거나 질문하는 권한을 뜻한다.
아울러 일본 후생노동성과 도쿄도는 가정연합 신자 간에 이뤄진 입양에 법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사안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교단 본부에 질문서를 송부했다.
일본에서는 입양 사업을 할 경우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 없이 입양을 알선하면 금전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가정연합은 1981년 이래로 신자 간 입양 745건이 있었으나, 신자들이 직접 입양을 결정했을 뿐 주선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후생노동성은 가정연합 측에 신자 간 입양 절차와 교단의 관여 여부, 관련 기록 보관 상황 등을 조사해 내달 5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동기를 밝힌 이후 가정연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집권 자민당 야마기와 다이시로 의원은 가정연합과 접점이 확인돼 지난달 경제재생담당상에서 물러났다.
일본 정부가 설치한 가정연합 상담 창구에는 이달 11일까지 약 3천800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2∼23일 18세 이상 일본 유권자 62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부가 가정연합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82%가 '청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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